최광 국민연금공단 이사장(사진)이 21일 본보와의 전화인터뷰에서 ‘자진 사퇴하지 않겠다’는 뜻을 밝혔다. 최 이사장은 500조 원에 이르는 국민연금 운용 방식을 두고 홍완선 기금운용본부장(기금이사)과 갈등을 빚다가 최근 보건복지부로부터 사퇴 압박을 받아 왔다.
최 이사장은 “20일 정진엽 보건복지부 장관이 ‘홍 이사도 그만두게 할 테니, 빠른 시간 안에 이사장직에서 물러나라’고 요구해 ‘24시간 동안 고뇌를 해보겠다’라고 답했다”며 “장관 면담 뒤 복지부 국민연금정책국장에게 ‘이건(압력) 아닌 것 같다. 사퇴하지 않겠다’는 뜻을 분명히 밝혔는데, 복지부가 ‘자진 사퇴 의사를 밝힌 것’처럼 언론에 흘렸다”며 불쾌감을 나타냈다.
최 이사장은 정 장관에 대한 서운한 감정도 숨기지 않았다. 그는 “나도 복지부 장관을 해본 사람이다. 정 장관에게 미안한 마음도 있다. 20일 회동에서도 최대한 신의를 가지고 인간적으로 대화했다”며 “하지만 복지부는 신의를 저버렸다”고 비판했다.
최 이사장이 자진 사퇴 거부 의사를 표명한 것은 국민연금 기금공사 분리 독립에 반대하는 소신 때문인 것으로 분석된다. 그는 “내 나이가 70세다. 더 이룰 것도 없는 사람”이라며 자리에 연연하지 않겠다는 뜻을 내비치면서도 “내가 쉽게 물러나면 국민연금 기금공사 독립이 급물살을 타 국민연금 기금이 위험에 처할 수 있는 것이 걱정”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최 이사장이 기금공사 분리 독립 반대에 대한 소신을 피력한 뒤 결국 물러날 수밖에 없을 거라는 예상도 적지 않다. 사퇴를 거부할 경우 복지부 장관이 대통령에게 해임을 건의할 수 있기 때문이다.
최 이사장은 “지금까지 업무상 잘못한 것이 없고 7000명의 공단 직원과 국민연금의 미래를 위해 쉽게 물러날 수도 없는 상황”이라며 “기금공사 독립, 기금이사의 자질 등 그동안의 문제를 먼저 밝히고 거취는 국민에게 맡기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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