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정보원 국정감사가 열린 20일 서울 서초구 내곡동 국정원 청사. 국회 정보위원회 소속 한 의원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외교안보 관련 상임위에 대한 북한의 집중적 해킹 시도가 공개된 상태에서 외교통일위원회와는 달리 정보위가 해킹 피해를 입지 않았다는 점이 밝혀지자 가슴을 쓸어내린 것.
하지만 국회사무처가 8월 17일부터 이달 20일까지 실시한 하반기 PC 보안점검 결과를 살펴보면 정보위 역시 보안에 구멍이 뚫려 있었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의원회관과 국회 본청에 나뉘어 있는 총 95대의 PC에 대한 보안점검 결과 정보위 소속 여야 의원 12명 모두 문제점이 발견됐고 총 77건의 보안조치가 이뤄진 것이다.
악성코드 감염은 일상화한 현상이라고 치부할 수 있다. 하지만 국회 상임위라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특히 정보위는 국가 안보 핵심 자료들이 집결되는 상임위로서 회의 자체가 비공개로 진행될 만큼 민감한 내용을 다룬다. 북한 동향 등 국가기밀 수준의 현안들이 보고되며 언론에 밝혀지는 내용도 여야 간사의 합의에 따라 극히 일부분이다.
그런데도 정보위원들은 자신의 업무용 PC에 대해 불감증에 가까운 보안의식을 보여줬다. 심지어 지난해와 올해 일부 정보위원은 보안점검 자체를 거부하기도 했다. 해킹에 노출되는 것도 문제지만 자신의 PC가 해킹당할지도 모른 채 지속적으로 정보를 저장하는 것은 지극히 무책임한 처사다.
미국 민주당 대통령 유력 후보인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은 재임 시절 개인 e메일로 공무를 처리한 것을 놓고 논란이 벌어졌다. 미국의 국익을 좌우할 메가톤급 정보를 다루는 국무장관이 개인 e메일을 사용했다는 것에 미국인들은 경악했다. 결국 힐러리는 대국민 사과를 해야 했지만 파문은 쉽게 가라앉지 않았다.
미국과 우리나라의 사정은 다를 수 있다. 하지만 공인(公人) 의식은 다를 수 없다. 남 탓을 하기 이전에 국가 기밀을 수시로 접하는 국회의원 직(職)에 대한 철저한 인식이 선행되어야 한다. 북한의 해킹 시도는 ‘명백하고 현존하는’ 위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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