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한반도전문가가 본 한미정상회담
“오바마의 中 국제법 위반 지적 틀려… 中성장 바라보는 시각, 한국과 달라”
“중국은 동북아에서 지금과 같은 미일 동맹, 특히 군사활동이 지속되는 걸 원치 않는다. ‘한미 동맹’은 초점이 아니다.”
왕지쓰(王緝思) 중국 베이징대 국제전략연구소장(사진)은 23일 동아일보 기자와 만나 “중국은 국제관계를 선진국 중심이 아닌, 개도국 목소리가 반영된 민주화된 관계로 만들어가는 중”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왕 소장은 최근 한미 정상회담에서 버락 오바마 미 대통령이 “중국의 국제법 위반에 한국이 목소리를 내야 한다”고 한 발언에 대해 쓴소리를 했다. 그는 “중국은 국제규범을 지켜왔다”며 “이번 정상회담에서 미국은 중국의 성장에 대해 한국과 시각이 다르다는 점을 노출했다”고 지적했다. 왕 소장 같은 중국학자들의 발언은 대부분 정부와 사전에 조율되기 때문에 공식 방침으로 볼 수 있어 주목된다. 왕 소장은 이날 국립외교원이 주최한 ‘광복 70년, 한국 외교의 길을 묻는다’ 글로벌 콘퍼런스 참석차 방한했다.
왕 소장은 “한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불거진 ‘중국 경사론’을 불식시키기 위해 한국 정부가 애썼다는 점을 알고 있고 미국은 남중국해 문제에 대해 한국의 발언을 얻어내려 했다고 들었다”며 “남중국해는 미중 간의 문제이지 한국에는 주된 이슈가 아니어서 한국이 답변하기를 꺼린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어 “한국은 그동안 동맹인 미국과 최대 교역국인 중국 사이에서 균형을 잘 맞춰왔다”며 “중국도 (미일과 달리) 한미 동맹은 북한에 방향을 맞추고 있어 약화시킬 의도가 없다”고 말했다. 다만 그는 “(미국이) 미사일방어(MD) 체계를 한국에 배치한다면 좋게 받아들여지기 어려울 것”이라고 우려했다.
왕 소장은 중국이 북핵 6자회담 재개 노력을 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달 초 북한 노동당 70주년 행사에 류윈산(劉雲山) 중국 공산당 중앙정치국 상무위원이 참석해 긴장 조성 행위를 원치 않는다는 명확한 메시지가 전달됐다”고 말했다. 북한의 거듭된 도발에도 중국이 원유 제공 등 경제 지원을 중단하지 않는 이유에 대해선 “북한이 중국 외에 기대할 다른 대안이 없고 중국도 (북한을 버리고 다른) 이웃 국가를 선택할 수 있는 것도 아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왕 소장은 한반도 급변사태 때 일본이 한국의 동의 없이 북한 지역에 자위대를 보낼 수 있다는 일본의 주장에 대해 “반대한다”고 답했다. 그는 “북한의 정권 붕괴 같은 소위 ‘희망 섞인 전망’은 하고 싶지 않다”면서도 “극적인 상황이 벌어지면 (일본의 독자 행동이 아니라)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개입 같은 메커니즘을 활용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