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국정화 반대투쟁 野에 등 돌린 10·28 재·보선 민심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10월 30일 00시 00분


10·28 재·보선은 기초단체장과 광역의원, 기초의원만 뽑는 초미니 선거였지만 야당에 대한 민심 이반을 확연하게 보여줬다. 전국 24곳에서 새정치민주연합은 새누리당에 2 대 15로 대패했다. 광역의원(9곳) 선거의 경우 여야 의석이 이전 3 대 6에서 7 대 2로 역전됐다. 기초의원(14곳) 선거에서도 야당은 이전 자신들 몫 4곳까지 잃는 등 전패했다. 더구나 민심의 종합 바로미터라 할 수도권은 새누리당이 5곳, 새정치연합이 1곳에서 이겨 이전의 1 대 5가 거꾸로 뒤집혔다. 새정치연합은 아성인 호남에서도 3곳 중 1곳에서만 이겼다.

이번 재·보선 결과는 반대 여론이 찬성보다 높은 역사 교과서 국정화 문제가 선거에 하등 영향을 주지 않았고, 오히려 국정화 반대 투쟁에 전력한 야당에 민심이 등을 돌렸음을 뜻한다. 새정치연합 안철수 의원은 “결국은 국민의 신뢰를 회복하지 못한 게 반영됐다”고 평가했고, 박지원 의원은 “수도권 강세 지역에서도 모조리 패한 것은 충격”이라며 문재인 대표를 향해 “작은 선거라 변명하지 말고 큰 책임을 져라”고 촉구했다.

그러나 문 대표는 “재·보선과 국정화 문제는 별개”라면서 “역사 교과서 발행 체제의 개선 방안을 백지상태에서 논의하는 새로운 기구를 구성하자”고 제의했다. 정부 여당이 이 제안을 받아들이면 야당도 국정화 반대 서명운동 등을 중단할 것이지만 거부하면 비장한 각오와 결단을 검토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새누리당이 “정치적 노림수에 불과하다”며 즉각 거부해 문 대표의 체면만 구겼다.

문 대표의 제안이 재·보선 참패 직후에 나온 것은 선거 패배의 책임론을 비켜가기 위한 ‘물타기’라는 지적까지 나온다. 문 대표는 올해 4·29 재·보선 참패 때도 당 혁신위원회를 출범시키고 대정부 전면전을 선언하는 것으로 사퇴 압력을 피해 갔다. 그 후유증으로 비노 세력이 크게 반발하면서 문 대표 재신임 사태까지 촉발돼 당이 엄청난 내홍을 겪었다.

새정치연합은 국정화 문제를 내년 4월 총선까지 끌고 가 재미를 보고 싶었을 것이다. 그러나 국정화만을 물고 늘어지면서 노동개혁과 경제활성화 법안 처리 같은 민생 문제를 외면할 경우 도리어 민심의 역풍을 맞을 수 있다는 것을 이번 재·보선이 극명하게 보여준 셈이다. 그런 점에서 내년 총선의 ‘미니 풍향계’라는 평가도 나온다. 야당이 정상적인 의정활동 대신 이념을 앞세운 장외투쟁이나 일삼는다면 내년 총선도 기대하기 어려울 것이다. 그렇다고 새누리당이 재·보선 민심을 ‘국정화 찬성’으로 오판한다면 큰코다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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