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의원 없이 기초단체장 1명, 광역의원 9명, 기초의원 14명을 선출한 10·28 재·보궐선거는 또다시 새누리당의 압승으로 끝났다. 이로써 박근혜 정부 출범 이후 치러진 5번의 재·보선에서 야당은 ‘전패(全敗)’를 기록했다.
새누리당은 유일한 기초단체장 선거가 벌어진 경남 고성군수 수성에 성공했다. 광역의원 선거 9곳은 당초 여야가 각각 3, 6곳이었지만 이번 선거로 7 대 2로 역전됐다. 상대적으로 야당세가 강한 수도권 4곳을 새누리당이 차지했다. 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대표의 지역구인 부산 사상의 기초의원 선거도 새누리당 승리였다.
성적표를 받아든 여야 지도부의 표정은 엇갈렸다. 새누리당은 화색이 만연했다. 원유철 원내대표는 29일 최고위원회의에서 “재·보선 승리는 박근혜 정부의 노동개혁을 비롯한 4대 개혁 과제와 올바른 역사 교과서의 (국정화) 필요성과 함께 민생행보를 통해 경제를 살려야 한다는 새누리당 호소를 국민이 받아들인 결과”라고 자평했다.
야당은 잠잠해졌던 내홍이 다시 불거지는 분위기다. 문 대표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우리 정치가 국민들에게 희망을 드리지 못해서 투표율을 올리는 데도 실패했다. 더 겸허하게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오히려 역사 교과서 국정화 반대 투쟁에 집중하겠다는 의지도 드러냈다.
비노 측은 파상 공세에 나섰다. 박지원 의원은 문 대표를 향해 “작은 선거라 변명하지 말고 큰 책임을 져야 한다. 결단하라”고 사실상 사퇴를 촉구했다. 안철수 의원도 “당이 아직 신뢰를 회복하지 못했다는 것을 보여준 결과였다”며 “더 강한 혁신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문 대표가 경남 고성과 부산 선거 지역만 한두 차례 방문했던 행적도 도마에 올랐다. 박영선 의원은 “당 대표가 수도권 지원 유세를 한 번도 오지 않아서 주민들이 보궐선거가 있는지도 모르는 선거가 됐다”고 날을 세웠다. 송영길 전 인천시장도 “수도권에서 인천 서구 광역의원이 유일하게 당선됐는데 (내가) 4번가량 현장을 지원한 곳”이라며 “서울 양천구 의원 선거는 200여 표 차이로 졌는데 당 지도부가 적극 지원했다면 결과가 달랐을 것”이라고 아쉬워했다.
수도권의 한 의원도 “어제 선거 결과를 두고 의원들의 카카오톡 단체방에서는 ‘투표율이 낮았다’ ‘노인들만 투표했다’ ‘신경 쓸 거 없다’는 반응이 많았다”며 “문 대표와 측근들이 반성해야 된다”고 바판했다.
이번 선거 결과는 20대 총선 공천에서 하위 20%를 솎아내는 ‘선출직 공직자 평가위원회’의 평가에도 포함된다. 기초·광역의원 선거 결과가 반영되는 ‘선거 기여도’는 총점에서 10%를 차지해 패배한 지역구 의원들이 울상을 짓고 있다. 특히 홍영표 의원의 지역구인 인천 부평구 시의원 선거에서는 새정치연합 후보의 득표율이 새누리당과 정의당에 이은 3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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