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동아 11월호/Interview]
‘새누리당 최고 경제통’ 이한구 의원의 경고
● 6대 한국 주력산업 모두 위기
● 19대 국회 가장 무능하고 엉터리
● 공천 룰, 私心 들어가 잔머리 굴려
1990~2000년대 ‘대우경제연구소장’으로 명성을 날린 이한구(70) 새누리당 의원이 지난 2월 내년 총선 불출마를 선언했다. 당시 19대 의원들 중 첫 불출마 선언이라 신선한 충격을 줬다.
재무부 공무원, 미국 캔자스주립대 경제학박사 출신인 그는 김우중 회장 곁에서 대우경제연구소 사장을 지낸 뒤 정계에 입문해, 지금은 ‘새누리당 최고 경제통’으로 통한다. 당 원내대표·정책위의장, 국회 예결위원장을 지냈고, ‘박근혜 대통령의 경제 가정교사’이자 ‘창조경제 설계자’로서 현재 국회 창조경제특위 위원장이기도 하다.
최근 국가·기업·가계 부채의 위험성을 경고하는 그를 의원회관에서 만났다. 그의 책상 옆 벽 위엔 ‘박근혜 시계’가 째깍째깍 움직였다. 그 옆으로 한쪽 면을 다 차지한 책장에 그의 독서량을 짐작게 하는 장서가 가득했다.
“경제위기 임박해 불출마”
▼ 내년 총선에 불출마하는 이유가….
“총선 준비하려면 지역구에 계속 나가 있어야 해요. 그런데 제가 판단컨대 내년과 내후년에 우리나라가 굉장히 어려운 시기를 맞을 것 같아요. 세계경제의 틀이 크게 틀어지는 가운데 한국 경제가 고약한 일을 겪을 것 같아요. 그 대처 방법을 찾는 일이 더 중요하지 않나 생각했어요. 4년 더 의원으로 있는 것보다 그게 더 중요한 일 같았습니다.”
예상한 것과 다른 대답이었다. ‘불출마’를 ‘경제’와 연결할 줄은 몰랐다. “세계경제가 퍼펙트 스톰(거대 폭풍)을 맞을 수 있다”고 경고한 ‘미스터 둠(Mr. Doom)’ 누리엘 루비니 뉴욕대 교수를 떠올리게 한다.
▼ 불출마를 통해 정치권에 어떤 메시지를 주고 싶습니까.
“불출마는 저의 개인 일일 뿐이죠. 다만 우리 국회의원, 장·차관 중에 우리 경제를 고민하는 사람이 많지 않아 걱정입니다. 나라의 지도자로서 책임감이랄까, 의무감이랄까 이런 것을 가져야 하는데….”
▼ 경제의 틀이 틀어진다는 게 무슨 뜻인지….
“세계경제의 장기 침체가 8년째거든요. 이렇게 오래 탈출구를 못 찾는 것은 ‘에너지 폭발’이 임박했다는 의미죠. 과거 성장 방식으론 여기에 대처할 수 없고 기술 발전으로 돌파해야 하는데, 우리는 과거 방식에 머물러 있어요. 사회는 분열됐고 의사결정은 지리멸렬해요. 아니나 다를까 올 들어 성장잠재력이 급속히 떨어져요. 무슨 일을 당할지 모를 상황이 가까이 오고 있습니다. 제가 함부로 표현할 수 없지만, 아주 고약한 일을 맞을 가능성이 굉장히 농후해졌어요. 세계경제 질서의 변화에 대응할 힘이 부치면 뜻밖에 많은 일이 생길 수 있죠. 재수 없는 이야기하면 안 좋으니까 구체적 사례로 말하진 않겠지만 고민해야 합니다.”
▼ 국회에 계속 남아서 일하는 게 좋겠다는 의견도 있던데요.
“그렇게 얘기하는 사람이 많아요. 하지만 그러면 연구를 못해요. 택일해야 할 때가 됐습니다.”
경제위기론은 인터뷰 말미에 다시 묻기로 하고, 그가 살아온 이야기를 먼저 들어봤다. ‘JP 세력’ 걷어내기
▼ 대우경제연구소 소장 타이틀로 대중에게 알려졌는데, 재무부 공무원을 하다 민간기업 대우로 옮기게 된 계기가 있었습니까.
“1970년 재무부 사무관으로 공직을 시작했어요.”
▼ 재무부 근무를 희망했습니까.
“고등고시(1969년 제7회 고등고시 행정과)에 1등으로 합격하자 남덕우 재무부 장관이 저를 재무부로 끌어당긴 거죠. 남 장관이 신경을 많이 써준 덕분에 제가 중요한 일을 많이 했어요. 아마 시샘을 받았겠죠. 전두환 정권이 공무원 숙청할 때 ‘인사 질서를 어지럽힌다’는 이유로 저를 쫓아냈어요.”
▼ 해고당한 건가요.
“그렇죠. 그땐 그런 말도 안 되는 이유로 공무원을 강제로 쫓아냈으니까. 심지어 다른 데 취직도 못하게 했죠.”
▼ 인사 질서는 명분? 그렇다면 실제 이유는 뭐였습니까.
“실제로는 저의 동서가 김용환 전 장관이에요. 김 전 장관이 JP(김종필 전 총리)와 가까웠단 말이지. 전두환 정권이 공직에서 JP 세력을 걷어낸다고 하면서 저까지 쫓아낸 것 같아요. 저의 짐작이에요. 저는 당시 JP를 만난 적도 없는데.”
▼ 억울했겠네요.
“물론이죠. 전두환 정권은 해외에도 못 나가게 했는데, 그 직전에 미국으로 떠났어요. 제가 청와대 근무할 때 KDI(한국개발연구원) 고문으로 있던 미국인 교수를 알게 됐는데, 그 교수가 제 사정을 듣고 미국 대학 입학허가를 받게 도와줬어요. 직장을 잃어 생활이 어려웠는데, 김우중 대우 회장이 그런 제게 장학금을 줬죠. 4년 뒤 박사학위를 받고 한국외국어대 교수로 가기로 했는데, 김 회장이 ‘대우에 와서 도와달라’고 해요. 신세 진 것도 있고 해서 대우로 간 거죠. 회장실 상무를 거쳐 대우경제연구소장을 맡았죠.”
▼ 요즘엔 어떤 기업의 연구소라고 하면 한직(閑職) 같은 이미지가 있는데요.
“대우경제연구소는 자랑스러운 기관이었죠. 증권, 거시경제, 국제경제 연구는 1980~90년대 국내 최고였고요, 경제 예측은 한국은행보다 더 정확했습니다. 이 연구소 출신들이 나중에 우리나라 증권가를 주름잡죠. 당시 대우그룹은 재계 3위였지만 대우경제연구소는 1등이었어요. 삼성도 못 당했어요. 언론도 경제 이슈가 발생하면 저를 많이 인터뷰했어요. 요즘은 대기업 연구소가 다 죽었어요. 사회적으로 목소리를 못 내요. 연구도 그때만큼 안 하는 것 같고. 대기업을 적대시하는 분위기가 형성되면서 이렇게 된 것 같아요. 대우경제연구소는 대우그룹 경영에도 큰 도움을 줬죠. 저는 김우중 회장을 3년 수행하면서 김 회장의 ‘세계경영’ 세부 사항들을 만들었습니다.”
▼ 대우 해체에 정치적인 이유도 있었다고 봅니까.
“저는 그렇다고 봅니다. 김우중 회장으로선 할 말이 많을 거예요. 당시 정부가 현대그룹 도와준 금액의 3분의 1만 도와줬어도 대우그룹은 아무 문제가 없었죠.”
이 의원은 이회창 전 한나라당 대선후보가 감사원장일 때 그와의 인연으로 정계에 발을 들여놓았다. 그는 보람 있었던 의정활동으로 ‘EBS 수능 강의’와 ‘고속도로 버스전용차로’를 꼽는다. “과외 못 시키는 서민, 자가용 없는 서민을 위해 내가 고안했다. 처음엔 부처에서 안 하려는 걸 내가 밀어붙였다”고 말했다. “갈수록 정 떨어져요”
▼ 총선 공천과 관련해 가장 큰 문제점이 무엇인가요.
“능력 있는 사람이 국회에 들어와야 하는데 그게 안 돼요. 대신 엉뚱한 사람이 배지 달고는, 편향된 이념으로 엉뚱한 소리나 하고 과거 한풀이나 하고. 갈수록 정이 떨어져요.”
▼ 불출마한 대구 수성 갑에선 김문수 전 지사가 출마를 위해 활동하는 것으로 압니다.
“우리 정치에서 제일 중요한 게 신뢰인데, 김 전 지사는 언행이 일치하고 청렴하고 나라를 맡아도 될 만큼 유능해요. 또 흐물흐물하지 않고 줏대가 있어요. 김 전 지사 같은 사람이 대통령 하면 잘할 거예요.”
▼ 공천 룰과 관련해 친(親)박근혜계와 비(非)박근혜계가 대립하는데 어떻게 봅니까.
“자꾸 사심이 들어가 잔머리 굴리는데, 그러면 다른 사람이 모르나? 정치판 사람들이 나라 생각하는 머리는 떨어질지 몰라도 그런 머리는 대단하거든요. 서로 간에 자꾸 피곤하게 할 필요 없어요. 스트레이트로 명분 세워서 거기에 맞는 기준이 뭐냐, 절차가 뭐냐, 정하면 되잖아요. 뭐 그리 어려운지….”
▼ 일반 국민 전화 여론조사 비율을 더 높이는 부분에 대해선….
“제가 마지막 개정작업 특위위원장을 맡았기 때문에 다 알아요. 줄 세우기 전략공천 소지는 최대한 줄였어요. 그러나 공천은 유권자에게만 맡겨놓을 일은 아니라고 봐요. 공직자를 뽑는 게 얼마나 중요한지에 대한 인식이 모자라 유능한 사람이 당선되기 더 어려워요. 오세훈법이 한 번 더 나와야 해요. 김영란법이 내년 9월 발효되죠? 더 일찍 되면 좋은데….
덧붙여, 국회선진화법 잘못 만들어 우리나라가 얼마나 피해를 보는지 몰라요. 제도는 이상적이죠. 저도 찬성 표 던졌어요. 잘못 판단했어요. 제일 후회하는 대목이죠. 야당이 저 정도까지 할 줄 몰랐어요. 현실에 안 맞는 제도를 만들어놓으면 반드시 이렇게 탈이 나요.”
▼ 김무성 대표 측에선 전략공천이 사라졌다고 하는데, 어떻게 생각합니까.
“그쪽 말도 일리가 있어요. 옛날식 전략공천이 사라진 건 맞아요. 그러나 괜찮은 사람을 모셔다가 우리 당의 국회의원으로 만들자, 그건 해야 돼요. 좋은 전략공천이에요. 컷오프도 필요하면 할 수 있다고 봐요.”
▼ 공천을 통한 물갈이가 어느 정도 필요하다?
“그건 알 수 없지만…. 제가 16대부터 15년 동안 봐왔는데 이번 19대 국회가 가장 엉터리예요. 제일 무능하고. 엉뚱한 짓만 하다 세월 다 보냈어요. 이런 일을 한 사람 대부분이 계속 20대 국회에 들어간다? 그건 국민이 용납하지 않을 거라 생각해요. 그런데 상향식으로 하면 그들 대부분이 그대로 갈 거예요. 그게 말이 됩니까. 그래서 물갈이는 필요하고요. 새정치민주연합은 18대보다 19대에 더 나쁜 사람들로 구성돼 있다고 봐요. 우리 당은 거꾸로 가야죠.”
▼ ‘TK와 강남은 우선추천 대상이 아니다’라는 말 때문에 갑론을박이 있습니다.
“무슨 논거로 그러는지 모르겠네요. 물갈이 대상자가 되면 교체되는 것이고, 아니면 아닌 거지 그 지역은 왜 대상이 아니죠? 우리 당이 승리하기 위해선 국민에게 감동을 줘야 하는데 특정 지역은 안 된다?”
“대기업 행태 한심”
이 의원은 박근혜 정부의 창조경제와 관련해 “하나는 융복합기술산업이고 하나는 문화창작산업인데, 아직 목표에 턱없이 부족하다”고 말했다.
▼ 왜 지지부진하다고 봅니까.
“규제가 너무 많아서 복합적인 산업을 일으키기 어려워요. 인재 양성, 교육도 안 돼 있고 금융기관도 말만 하지 실제로 바뀐 건 없어요. 정부3.0도 각 부처가 자기네 정보를 공개하지 않아요. 세월만 보내요. 창조경제는 우리의 떨어진 생산성을 높일 중요한 수단이지만, 장관도 열성적이지 않고 관료 사회도 진도를 안 내고 대기업도 3~4군데 빼고 소극적이죠.”
▼ 전문가들은 우리 경제에 몇 가지 문제점이 있다고 합니다. 경제성장률이 떨어지고 국가채무·가계부채·기업부채는 올라가고 세수도 부족하다고 하는데요. 중국의 부상(浮上)과 엔저로 수출도 부진합니다. 청년실업난도 심각한 수준인데요. 이 가운데 제일 주목해야 할 문제는 무엇일까요.
“지금 열거한 문제들이 제각각인 것 같지만 사실은 똑같은 뿌리를 가졌죠. 우리 기업의 생산성, 소득창출 능력이 떨어졌다는 점입니다. 그러니 취업이 안 된다, 살기 어렵다는 분배 문제가 생기죠. 세수(稅收)는 줄어드는데 분배 문제를 풀려고 복지를 늘리니 재정 문제가 발생하죠. 근본적 해결책은 소득창출 능력을 끌어올리는 겁니다. 그걸 하려고 4대 개혁과 창조경제를 내걸었는데 야당은 국회선진화법으로 발목을 잡아요. 아무것도 할 수 있는 게 없어요. 공무원도 의욕이 없는지 열심히 안 해요.”
▼ 기업에도 문제가 있다고 보나요.
“생산비용을 낮추는 속도가 느린 거죠. 선진국에 비해 기술개발이 뒤처져요. 거래비용도 많이 나가요. 이게 다 규제와 관계되는 거고요. 전반적으로 우리 사회의 비효율성이 커지는데 우리 상품에 대한 세계시장의 수요는 줄어드니 죽어나는 거죠. 기업이 이윤을 많이 내면 일자리도 늘고 임금도 오르죠. 모든 사회문제가 해결돼요. 우리는 이런 기업 환경을 만드는 데 실패하고 있죠.
대기업 집단의 행태도 좀 한심해요. 조금 있으면 몇 개 빼고 다 죽을 수 있어요. 대기업이 끌고 가는 우리나라 6대 주력산업이 이대로는 중국한테 못 당해요. 중국이 구조조정하고 있어요. 조금 지나면 과잉생산시설들에서 덤핑 물량이 쏟아질 거예요. 중국의 기술 수준은 빠른 속도로 올라갑니다.
반면 우리 대기업 경영자들은 게을러요. 특정 그룹 좀 보세요. 지금 경영권 다툼 할 땐가요? 대기업은 창조경제 하라고 하면 ‘여건이 안 된다’는 둥 딴소리만 해요. 자기들 생존을 위해 해야 할 일인데도. 대기업의 생산비용과 거래비용은 날로 올라가죠. 그렇다면 경영자들은 처음 창업할 때처럼 움직여야 하는데 그렇게 안 하죠.”
규제는 많고, 의지는 없고
▼ 1990년 중반 이전엔 대학 졸업생들이 기업에 쉽게 취업했습니다. 지금은 그때보다 우리나라 경제규모가 훨씬 커지고 기업도 많아졌는데 왜 취업은 더 어려워졌을까요.
“간단해요. 그땐 경제가 고도성장한 반면 지금은 성장률이 급격히 낮아졌어요. 기업이 국내에서 물건 팔 시장을 찾기 어렵다는 뜻이죠. 또한 기업 문화가 달라졌어요. 여기엔 김대중 정부도 책임이 있습니다. 그전만 해도 대기업들은 빚을 내서라도 생산시설을 확대하려 했어요. 세계시장에 진출하려는 의욕이 넘쳤죠. 그런데 IMF(국제통화기금) 외환위기를 거치면서 역동적으로 투자하는 대기업과 은행을 정부가 다 죽였죠. 제일 시원찮던 은행들만 살아남았죠. 이후 대기업은 다시는 빚 내서 경영 안 해요. 도전의식이 사라진 거죠. 그리고 가능하면 사람 적게 쓰죠. 김대중-노무현 정권 10년 동안 노사 문제로 골머리를 앓았거든요.”
▼ 사람 쓰는 대신 자동화, 전산화로….
“그렇죠. 생산라인, 공장 어지간한 건 다 자동화해버려요. 우리 젊은이 중 상당수는 앞으로 해외에 나가 취업해야 할 거예요.”
▼ 우리 경제의 견인차인 조선, 철강, 자동차, 반도체도 위기라고 하는데요.
“모든 산업이 발아기, 성장기, 성숙기, 쇠퇴기를 거치는데 몇몇 산업은 이미 쇠퇴기로 접어들었어요.”
▼ 그러나 예를 들어 철은 인류 문명이 존속하는 한 계속 쓰일 것 같은데요.
“우리 기업이 생산하는 철강이 쇠퇴기에 접어들지 모른다는 이야기죠. 가격도 그렇고 품질도 그렇고. 우리 기업의 철강을 쓰는 신흥국들이 최근 몇 년 사이 기울어졌어요. 이명박 정부 때만 해도 괜찮았어요. 신흥국들이 잘나갔거든요. 여기에 중국이라는 강력한 도전자가 나타났어요. 중국은 인건비와 거래비용은 낮고 생산설비는 새로 만들어 좋아요.”
▼ 많은 국민은 여전히 우리 철강회사가 세계 최고라고 생각합니다.
“그건 옛날 생각이죠. 복마전, 위가 썩었는데 뭐가 되겠어요. 왜 그동안 표출되지 않았느냐. 성장기, 성숙기 땐 점포만 펼쳐놔도 물건이 팔리거든요. 그때는 자기가 잘나서 잘되는 줄 알아요. 좀 지나면 사정이 달라지죠. 그럴 때 더 열심히 준비해야 하는데 안 했어요. 철강과 조선은 조금 지나면 근로자들 나이도 너무 많아져요. 일본 근로자보다 더. 신규채용을 못했으니까.
자동차산업의 경우 네덜란드나 독일은 고속도로를 통째로 빌려 무인 자동차 성능 테스트를 합니다. 우리는 규제 때문에 못 해요. 그거 풀어주자고 법안 냈는데 야당 반대로 통과가 안 돼요. 야당 사람들은 ‘창조’ 두 글자만 들어가면 무조건 반대하죠. 우리 자동차회사도 문제입니다. 올해 중국에서 고전하는데, 계속 옛날 방식만 고수하니 그래요. 국회와 정부는 새로운 걸 못하게 하고, 기업 자체도 별로 할 생각이 없고. 옛날 것을 갖고 다른 나라로 가서 팔아요. 그것도 시간문제죠. 얼마 뒤면 중국차가 그곳까지 올 거예요. 폴크스바겐이 소비자를 속였다고 하는데, 기술 수준 자체는 우리 자동차회사보다 앞선 게 사실이거든요.”
“집값 오래 못 간다”
▼ 대기업과 중소기업 격차도 사회문제화했습니다.
“그걸 대기업 탓으로 돌리긴 어렵고요. 우리나라는 중소기업도 발전하지 못하고 대기업도 정체 상태죠. 삼성전자 같은 곳을 뺀 대다수 대기업은 지금 약간의 독과점, 그리고 과거에 만들어놓은 브랜드로 살고 있어요. 이대로 가면, 얼마 뒤 몇 개 빼고 살아남기 어려워요. 대학생들이 안정적 직장이라고 해서 몰리는 것 외에 대기업에 뭐가 있습니까. 대기업은 대출도 안 받아요. 투자를 안 하니까.
그러나 산업이 성숙기 지나서 쇠퇴기로 들어가면 사정이 달라지죠. 대기업에 취직한 젊은 사람들도 10년 뒤를 생각해야 돼요. 일류대학 나와 안정적인 자리를 잡았다고 생각하겠지만 직장이 없어지는데 뭐가 안정되겠습니까.”
국가부채가 증가하는 것과 관련해 이 의원은 “우리는 미래 세대에 빚을 지우면서 큰소리친다. 완전히 비양심적이다. 빚과 자산을 함께 물려줘야 하는데 물려주는 자산이라곤 사교육밖에 없다. 그런데 사교육으로 배운 내용은 대학 입학 후엔 쓸모가 없다”고 말했다.
그는 최경환 경제부총리가 부동산 매매 활성화로 경기부양을 유도한 것과 관련해 “이자율을 올릴 수밖에 없다. 집값은 오래 못 간다. 지금 빚 내서 집 사라는 분위기가 만들어져서 그렇지 유지될 수 없다. 우리나라는 일본처럼 집값이 제대로 폭락한 적이 한 번도 없다. 외국에선 고점 대비 80%가 허공으로 날아갔다”며 고개를 저었다.
허만섭 기자 | mshue@donga.com <이 기사는 신동아 2015년11월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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