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함경북도 풍계리 핵실험장에 새로운 갱도를 굴착하는 모습을 노출시킨 가운데 내년 5월 제7차 노동당 대회를 연다고 30일 발표했다. 당 대회는 북한의 주요 정책과 방향을 결정하는 최고 기관이다. 북한이 그동안 4차 핵실험을 공언해 왔던 만큼 내년 당 대회를 앞두고 강행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북한 조선중앙통신은 30일 노동당 중앙위원회 정치국이 “조선 노동당 제7차 대회를 주체105년(2016년) 5월 초에 소집할 것을 결정했다”고 보도했다. 이어 “김정은 동지의 영도에 따라 우리 당을 김일성·김정일 동지의 당으로 강화 발전시키고 주체혁명 위업의 최후 승리를 앞당겨 나가야 할 혁명 임무가 있다”고 당 대회 소집 이유를 밝혔다.
7차 당 대회는 김정일을 김일성 주석의 후계자로 결정한 1980년 10월 6차 당 대회 이후 36년 만에 열리게 된다. 당 대회에선 ‘김정은의 북한’을 대내외에 선포하고 ‘핵-경제 병진 노선’을 주요 안건으로 다룰 것으로 보인다. 헌법에 핵보유국이라고 명시한 북한이 당 대회에서도 핵보유국을 명시한다면 북핵 문제를 협상으로 풀어 나가는 국제사회의 노력과 접근이 더 어려워질 가능성이 높다.
정부 당국자는 “김정일 시대에도 안 열렸던 당 대회가 김정은 시대 들어 처음 열린다”며 “북한 내부적으로 과거 사업을 평가하고 향후 정책 추진 방향을 결정하고 제시하기 위해서일 것”이라고 말했다.
남성욱 고려대 교수는 “당 대회는 권력을 공식화하고 당원들이 충성을 맹세하는 자리다. 집권 5년 차에 들어서는 김정은이 ‘김정은의 북한’을 공식 선포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박정원 국민대 교수는 “당 대회가 36년 만에 열리는 만큼 획기적인 정책 변화가 올 수 있다”고 예상했다. 1956년 제3차 당 대회에서는 신경제개발 5개년 계획, 1961년 제4차 당 대회에서는 인민경제발전 7개년 계획이 선포됐다.
이번에는 핵-경제 병진 노선을 체계화할 수 있다. 김정은은 2013년 노동당 중앙위원회에서 “경제 건설과 핵무력 건설을 동시해 추진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북한 풍계리의 핵 활동 움직임이 주목되는 것도 이 때문이다.
핵실험장이 있는 만탑산의 서쪽과 남쪽 갱도가 언제든 가동될 수 있는데도 새로운 갱도를 만드는 것은 이례적이어서 정보당국은 예의 주시하고 있다. 북한은 2006년, 2009년, 2013년 3차례 핵 실험을 하면서 이곳에 3개의 갱도를 보유하고 있다. 한 곳은 폐쇄된 상태다. 조성렬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연구위원은 “핵실험을 한 갱도는 방사능에 오염됐기 때문에 새로운 갱도가 필요하다”며 “내년 당 대회를 기점으로 핵 군사강국 완성을 선포하기 위해 준비하는 과정일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정보당국은 이날 “당장 북한의 4차 핵실험이 임박했다는 징후는 없다”며 “한중일 정상회의를 앞두고서 나온 북한의 시위성 움직임일 수도 있다”고 밝혔다. 단기적으로 북-중 관계, 남북 관계가 개선될 가능성이 있지만 북한의 도발에 따라 장기적으로는 북핵 문제 해법이 점점 꼬일 가능성도 커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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