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위안부 문제 풀기로 한 韓日정상, 관계개선 물꼬는 텄다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11월 3일 00시 00분


박근혜 대통령과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어제 청와대에서 취임 후 첫 한일(韓日) 정상회담을 갖고 양국 관계 정상화의 물꼬를 텄다. 두 정상은 핵심 현안인 일본군 위안부 문제와 관련해 “가능한 한 조기에 위안부 문제를 타결하기 위한 협의를 가속화한다”는 데 합의했다. 회담에서 “솔직하고 진지한 분위기 속에서 의견을 교환했다”고 강조한 것은 의견차가 적지 않았음을 시사한다. 한일 정상회담이 열린 것은 2012년 5월 이명박 대통령과 노다 요시히코 총리 간 회담 이후 3년 5개월여 만이다.

박 대통령은 최근 일본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위안부 문제가 올해 안에 타결돼 피해자분들의 상처가 치유되기를 진심으로 바라고 있다”고 했다. 이에 대해 아베 총리가 시한을 못 박지 않고 조기 타결을 언급해 ‘협상 가속화’ 수준에서 박 대통령의 요청을 일정 부분 수용한 것이다. 아베 총리는 회담을 마친 뒤 “미래지향의 협력관계를 구축해 가는 데 있어 미래 세대에 장애를 남기는 일이 있어선 안 된다”고 했다. 위안부 문제가 타결되면 ‘최종 해결’임을 보장하라는 요구를 재확인한 셈이다.

위안부 문제와 관련해 한일 양국의 시각차는 여전히 크다. 아베 총리가 위안부 문제 해결 의지를 천명했지만 본격적인 후속 협의 과정에서 양국 간 이견이 불거질 가능성도 적지 않다. 일본 정부는 두 정상의 합의정신을 존중해 위안부 피해자들의 아픈 상처를 치유하고 가능한 한 연내에 한국 국민이 납득할 수 있는 해법을 제시하는 성의를 보여야 한다. 그것이 일본의 진정한 국익에도 도움이 된다. 한국으로서는 아베 총리가 위안부 문제를 포함한 과거사 부분에서 진솔하게 반성하고 분명한 해결 의지를 보이지 못한 데 대한 아쉬움이 있다. 하지만 두 정상이 위안부 문제를 풀어나갈 합의를 이끌어 낸 의미는 결코 가볍지 않다.

두 정상은 안보 분야에서도 북핵 문제 등 공동의 도전에 대응하기 위한 한일 및 한미일 협력을 강화하기로 의견을 모았다. 경제 분야에서는 미국과 일본 주도로 지난달 타결된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에 한국이 참여 결정을 내릴 경우 협력하고, 한중일 자유무역협정(FTA)과 역내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RCEP) 체결을 위한 협력을 강화하기로 합의했다. 그동안 과거사 문제에 가려져 있었지만 중요한 각종 현안에서 두 정상이 긴밀히 의견을 교환하고 협력 방안을 모색하는 것은 늦었지만 당연한 수순이다. 외신들은 대체로 이번 회담의 한계를 지적하면서도 ‘회담 성사’만으로도 한일 관계가 한 단계 진전을 이뤘다고 분석했다.

한일 양국은 1998년 10월 방일한 김대중 대통령과 오부치 게이조 일본 총리와의 정상회담에서 일본은 ‘식민지 지배에 대한 반성과 사죄’를 하고 한국은 ‘과거의 불행한 역사를 극복하고 미래지향적 관계로 나간다’는 공동선언을 채택하면서 밀월관계를 구가했다. 그러나 노무현 정부 출범 후 고이즈미 준이치로 총리의 야스쿠니신사 방문과 일본 역사 교과서 왜곡 문제를 둘러싼 갈등으로 관계가 급속히 악화됐다. 이명박 정부 초기에는 한일 관계가 개선됐지만 2011년 9월 ‘한국 정부가 위안부 배상을 위해 일본 정부에 적극적 조치를 취하라’는 헌법재판소의 결정 이후 한일 간 마찰이 커졌다. 이후 일본에 국수주의 분위기가 확산되면서 3년 넘게 정상회담이 열리지 못하는 ‘비정상적 외교관계’가 계속됐다.

박 대통령은 미국 중국 일본 러시아 중 유일하게 정상회담을 하지 않았던 아베 총리와의 이번 회담으로 한반도 주변 4강과의 외교를 정상화했다. 아베 총리도 외교적 부담을 덜었다. 뉴욕타임스는 “이번 회담은 박 대통령과 아베 총리가 (미국 정부에) 체면을 세울 기회였다”고 보도했다. 한일 관계가 얼어붙으면서 경제에까지 한파가 닥쳤다. 일본의 한국에 대한 직접투자와 한국의 대(對)일본 수출입 규모, 일본인 관광객이 모두 급감했다. 박 대통령과 아베 총리는 더 자주 만나고 협력을 확대해 경색된 양국 관계를 풀어야 한다.

한국과 일본은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의 가치를 공유하는 동북아의 인접국인 데다 두 나라 모두 미국과 긴밀한 동맹국이란 공통점도 있다. 두 나라는 과거사를 둘러싼 갈등에도 불구하고 북핵과 경제, 문화 분야에서 손잡고 협력해야 할 부분이 많다. 한국은 위안부 문제와 같이 따질 것은 따져야 하지만 지나치게 과거사에만 매몰되면 다른 국익을 해칠 수 있다는 점도 직시해야 한다. 과거사 문제와 안보-경제-문화 협력 같은 호혜적 분야를 분리해 접근하는 ‘투 트랙’의 전략적 대일 외교를 한층 강화해야 한다.
#위안부#한일 정상회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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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7

추천 많은 댓글

  • 2015-11-03 11:01:48

    위안부는우리국가와국민의과거의수치다 힘이약해당한거다 유태인학살도 지금의시리아난민도 다국력이약해서다 지금 일본은경제도군사력도 중국과대등아님우월이다 우리는그축에못낀다 더구나북한을통일시켜야한다 해서중국도일본도 도우미만들어야지 위안부는잊지않고기억하되 그로국력과외교소모는안될거다

  • 2015-11-03 16:19:51

    이제 앞으로 나아갑시다 결자해지의 심정으로 미래를 위해 잠시 접어 두고 나아갑시다 대통령의 결단에 박수를 보냅니다

  • 2015-11-03 08:07:40

    박 근혜 대통령으로서는 최선을 다했다고 생각한다.국가에 실이를 챙긴 외교라고 생각한다. 아쉬운점이 어쩨 없겠는가만은, 이제 문을 열었으니 다시 닫아거는 일만은 없어야 될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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