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3일 역사 교과서의 국정화를 조기 확정 고시한다는 소식이 알려진 2일 새정치민주연합의 긴급 최고위원회의장은 격앙된 분위기였다. 최고위는 즉시 밤샘 항의 농성을 결정하면서 3일 본회의를 보이콧하기로 했다. 이춘석 원내수석부대표는 5일로 예정된 본회의에 대해서도 “추후 상황을 지켜보며 (보이콧 여부를) 결정하겠다”고 말했다. 청와대와 새누리당을 향해 정면 대결을 선언한 것이다.
문재인 대표 등 당 지도부는 이날 오후 7시부터 국회 로텐더홀에서 항의 농성에 돌입했다. 2월 문 대표 체제가 출범한 뒤 첫 국회 농성이다. 문 대표는 “정부는 오늘(2일) 밤 12시까지 여론을 수렴하게 돼 있음에도 그 기간이 끝나기도 전에 조기 확정 고시를 결정했다”며 “이렇게 무도한 정권이 어디 있느냐”고 비판했다. 이날 농성에는 현역 의원 128명 중 50여 명이 참여했다. 일부 의원은 밤샘 농성을 벌였다.
정부와 청와대에 대한 야당의 반발은 이날 국정화 조기 확정 고시로 정점을 찍었다. 한 당직자는 “교육부의 (역사 교과서 분석 관련) 자료 제출 거부, 예비비 집행, 국정화 태스크포스(TF) 운영에 이어 조기 확정 고시까지 정부의 일방통행이 극에 달했다”며 “이런 상황에서 야당이 가만히 있을 수 없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라고 전했다.
다만 국회 농성을 언제 끝낼지를 놓고는 의견이 엇갈렸다. 문 대표는 “정부의 국정화 포기 선언이 있을 때까지 이 자리에서 농성하겠다”며 무기한 농성 의지를 내비쳤다. 다만 김영록 수석대변인은 “‘무기한 농성’ 대신 ‘국정화 강행 저지 농성’”이라고 설명했다. 확정 고시 이후 내놓을 뚜렷한 카드가 없는 상황에서 농성 투쟁을 계속하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 야당, 국정화 확정 고시 이후 전략 고심
새정치연합은 ‘국정화 확정 고시 이후’ 전략을 놓고 고심 중이다. 당 내부에서는 “예산안 심사 등 국회 일정을 전면 보이콧해야 한다”는 강경론도 거세지고 있다. 문 대표는 지난달 29일 긴급 기자회견에서 정부가 고시를 강행할 경우 “비상한 각오와 결단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원내지도부가 5일 본회의 보이콧을 시사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원내 핵심 관계자는 “일단 3일 일정은 모두 끝났다”고 밝혔다. 3일 예정됐던 김영석 해양수산부 장관 후보자의 인사청문회는 미뤄지고, 4일로 예정된 강호인 국토교통부 장관 후보자의 인사청문회도 연기될 가능성이 높다.
다만 “국회 보이콧은 결국 야당에 부메랑이 되어 돌아올 것”이라는 반론도 만만치 않다. 국회선진화법에 따라 이달 30일까지 여야 협상이 불발되면 정부 예산안이 본회의에 자동 부의되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시한부 국회 일정 보이콧’도 검토되고 있다.
○ ‘역사전쟁’ 여파로 예결위·교문위도 파행
이날 내년도 예산안 심사도 국정화 추진에 막혀 파행을 겪었다. 야당이 ‘국정화 예비비’ 자료 제출 요구를 거부당하자 한때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보이콧에 나섰기 때문이다. 최경환 경제부총리가 “자료 제출과 관련해 답변하는 과정에서 불필요한 혼란과 오해를 초래한 것은 송구스럽다”고 말하면서 예결특위는 속개됐다.
한편 새누리당은 새정치연합의 강경 투쟁 선회에 당혹스러워하고 있다. 3일로 예정된 국회 본회의가 보이콧된 데다 여야 원내지도부 ‘2+2 회동’마저 불투명해졌기 때문이다. 당 관계자는 “새정치연합이 3일 오전까지 총력 대응하겠다’고 밝힌 만큼 아직 초강경 드라이브를 건 상황은 아니라고 본다”며 “야당과 협상할 여력이 남아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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