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이 잇달아 한국을 상대로 안보 관련 이슈에서 대립각을 세우자 우려가 커지고 있다. 유사시 자위대의 한반도 전개와 남중국해 영유권 분쟁 문제에서 두드러진다. 크게 보면 해결하지 못한 과거사가 한일 간 안보 협력을 짓누르고 있는 형국이다. 2일 한일 정상회담에서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는 한국에 남중국해 분쟁에서 미일과 한목소리를 내자고 요구했다. 지난달 나카타니 겐(中谷元) 일본 방위상은 “한국의 실효적 지배는 휴전선 남쪽”이라며 자위대의 북한 진출에 한국의 사전 동의가 필요 없다는 취지로 발언했다. 한국의 여론은 싸늘했다. 하지만 감정을 앞세우기보다 냉철하게 한미일 군사협력 구조를 분석한 뒤 전략적 대응이 필요하다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은다.
○ 자위대는 한국의 자산이자 부채
안보 분야에서 일본이 한국으로부터 의심을 받는 이유는 역사 수정주의를 채택한 아베 정부가 신뢰를 잃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자위대의 존재 이유와 작동 방식을 들여다보면 감정적으로 배척하는 것이 한국의 국익에 최선이 아닐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주한-주일미군으로 연결된 협력구조상 자위대는 한반도 방위에 필수불가결한 요소가 되기 때문이다.
일본 오키나와에 있는 가데나 기지는 미 공군 제18비행단의 거점이다. 미군 6600명, F-15C/D 전투기 54대와 KC-135R 공중급유기 15대 등을 갖추고 한반도 어디든 1시간 안에 출격할 준비를 하고 있다. 서울까지 거리는 1250km로 도쿄(1540km)보다 가깝다. 하지만 탄약, 유류, 군수지원을 담당하는 자위대와 일본인 지원인력(3200명)이 없다면 이 기지가 한반도 유사시 제 역할을 하기 어렵다. 부지도 일본 정부가 제공하고 있다. 오키나와에 주둔하는 미 제3 해병원정군(1만8000여 명)은 한반도에서 전쟁이 났을 때 가장 먼저 투입되는 정예 병력이다.
문제는 주일미군과 자위대가 한반도만 담당하는 병력이 아니라는 점이다. 가데나에서 대만까지 거리는 760km, 상하이는 820km로 서울까지 거리의 절반 수준이다. 중국 전역과 러시아 극동지역이 5시간 작전반경 안에 있다. 이 기지의 별명이 ‘태평양의 주춧돌’이듯이 미일 동맹은 한반도는 물론이고 동북아 전체를 상대로 하고 있다. 자위대가 한국에 자산이자 부담이 되는 이유다.
○ ‘국제법대로’ 일본의 주장, 남중국해도 적용 가능
일본을 상대해 본 외교관과 전문가들은 “유사시 필요하면 자위대 협조라도 받아야 한다. 반대만 말할 게 아니라 어떤 경우에 한반도에 전개해도 좋은지 시나리오별로 대응하는 전략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박원곤 한동대 교수도 “한미일이 함께 자위대가 한반도에서 집단자위권을 행사할 개연성이 높은 상황을 상정하고 대응 원칙들을 만들어야 한다”며 “급변사태 등 유사시 일본 국민 소개 작전에서 자위대는 한반도 인근 공해까지만 접근하고 한국 영해에서는 한미가 담당한다는 등의 시나리오를 테이블에 다 펼쳐놓고 가이드라인을 만들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남중국해 분쟁과 관련해서는 일본이 내민 ‘국제법대로’라는 원칙으로 대응하면 된다. 한국은 “국제법에 따라 항행과 상공비행의 자유, 평화적인 분쟁 해결”이라는 원칙을 지켜왔고 한민구 국방부 장관도 4일 제3차 아세안 확대 국방장관회의(ADMM-Plus)에서 이를 재확인했다. ‘국제법에 따르라’는 것은 중국만 배격하는 주문이 아니다. 인공구조물을 만들고 있는 베트남 등 다른 주변국에도 똑같이 적용되며 군함을 파견해 중국을 자극하는 미국과 일본에도 해당된다. 한 중견 외교관은 “한국이 2013년 중국의 일방적인 방공식별구역(ADIZ) 선포에 국제법과 관례에 따른 대응으로 일본과 달리 국익을 지켰던 것처럼 남중국해 문제도 같은 전략을 쓰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