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의 ‘진실한 사람’ 발언이 총선 심판론으로 번지자 새누리당 비박(비박근혜)계 의원들은 ‘국민공천제’로 맞섰다. 대구경북(TK) 지역에서 촉발된 전략공천 요구가 부산경남(PK)과 서울 강남지역 등 텃밭 전역으로 번지자 비박계의 반발이 가시화한 것.
정병국 의원은 12일 한 라디오 인터뷰에서 “당내 전략공천이나 물갈이론이 나오는 것은 공천권 때문”이라며 “오픈프라이머리(완전국민경선제)를 다시 논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여야 합의가 불발로 끝났지만 야당 의원 80여 명이 오픈프라이머리 도입을 주장하는 상황에 힘입은 듯 정 의원은 “(실현 가능성이) 반반이라고 본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김용태 의원도 “오픈프라이머리가 원칙이고, 설령 전략공천을 하더라도 TK 등 ‘텃밭’ 지역은 안 된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른바 ‘박심’을 업고 나오는 출마예상자들이 제대로 된 평가를 받으려면 야당 의원이 현역으로 있는, 즉 수도권에 나와야 한다”고 했다. 여당 강세인 TK가 아니라 ‘험지’인 수도권에서 승부를 걸어야 한다는 주문이다.
비박계 한 재선 의원은 “대통령이 말한 ‘진실한 사람’을 뽑는 일은 국민에게 맡겨야 한다”며 불쾌감을 드러냈다.
하지만 친박(친박근혜)계 홍문종 의원은 한 라디오 방송에서 “오픈프라이머리는 안 된다”고 쐐기를 박았다. 그는 “물갈이라는 표현이 묘하기는 하지만 정치인들이 기대수준에 못 미치는 사람들이 꽤 있다는 표현으로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며 ‘물갈이론’을 옹호했다.
▼ 비노 “하위 20% 교체? 공정경선 필요” ▼
친노는 “기득권 지키기 하나”
의총서 격론… 文대표는 자리 떠
여권의 물갈이론이 확산되는 상황에서 야당에서도 ‘물갈이 반대’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 12일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총회에서 혁신위의 물갈이 혁신안에 대한 현역 의원들의 반발이 쏟아져서다. ‘현역 의원 평가 하위 20%의 공천 배제’를 핵심으로 한 물갈이 혁신안을 문제 삼은 것이다.
이날 의원총회는 그동안 오픈프라이머리 도입을 대표 제안한 최규성 의원 등 78명이 서명하면서 이뤄졌다. 오픈프라이머리가 경선에 유리한 현역 의원들의 입맛에 맞는 만큼 문재인 대표 측의 물갈이 시도에 각을 세운 것이다.
최 의원은 “그동안 당 대표가 마음대로 (현역 의원을) 잘랐다”며 혁신위의 ‘하위 20% 물갈이’ 방침을 비난했다. 이어 공정 경선을 보장하는 오픈프라이머리를 도입하자고 했다.
그러나 혁신위원이었던 우원식 의원은 “중앙위를 거친 혁신안을 의총에서 오픈프라이머리를 의결하며 무력화시킨다면 ‘일부 의원의 기득권 지키기’라는 비난을 받을 수 있다”고 받아쳤다. 문 대표는 의총이 비공개로 진행되자 곧바로 의총장을 떠났다. 찬반 설전 속에 절반 이상의 의원이 자리를 비우면서 당론 채택은 무산됐다.
한편 박지원 의원은 이날 문 대표를 만나 “대표가 결단을 내려 달라”며 사실상 사퇴를 촉구했다. 박 의원은 종합편성채널 채널A ‘쾌도난마’에 출연해 “문 대표가 n분의 1로 참여하는 조기 선대위를 구성하든지, 물러나 대권의 길로 간다면 당신(문 대표)도 살고 우리 당도 살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문 대표는 “어떤 것에도 연연하지 않고 당의 통합과 단결, 총선 승리와 정권 교체를 위해 최대한 노력하자”면서도 대표직 사퇴 요구는 일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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