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무성의 사람들 ‘강남 러시’ 왜?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11월 16일 03시 00분


서울 강남 3구(강남 서초 송파)는 대구경북(TK)과 함께 새누리당에서 공천의 벽이 더 높다. ‘공천=당선’이라는 인식 때문이다. ‘특혜’ 지역인 만큼 여권 수뇌부와의 인연으로 ‘혜택’을 받은 이들은 공천 과정에서 배제돼 왔다. 하지만 이번에는 양상이 다르다. 오픈프라이머리(완전국민경선제) 바람 속에 대표적인 ‘박근혜 사람들’, ‘김무성 측근들’이 눈치를 보지 않고 이곳을 노리고 있는 것이다.

무엇보다 ‘강남 벨트’가 주목을 받고 있다.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의 외교특보인 정옥임 전 의원은 서초을에서 표밭을 다지고 있다. 18대 비례대표를 지낸 정 전 의원은 19대 총선 때는 서울 강동을에 출마했다. 김 대표의 핵심 측근인 안형환 전 의원은 송파갑에 출사표를 낼 태세다. 18대 당시 자신의 지역구(서울 금천)에서 말을 바꿔 탔다. 서초갑에 출마하려는 이혜훈 전 의원과 강남 분구 지역을 노리는 비례대표 류지영 의원도 김 대표와 가까운 인사들로 꼽힌다. 김 대표의 처남인 최양오 현대경제연구원 고문도 서초갑에서 출마 채비를 하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의 정치적 고향인 TK 지역에는 청와대 참모나 내각 인사들이 출전 채비를 하고 있다.

이 같은 상황을 놓고 당 안팎에서는 ‘상향식 공천’의 역설이라는 말이 나온다. 오픈프라이머리 바람 속에 당원과 주민 지지도가 승부를 가를 주요 변수로 떠오르면서 지명도가 있으면 해볼 만한 싸움이 된 것. 특히 김 대표가 “전략공천은 단 한 석도 없을 것”이라고 공언하면서 강남이나 TK도 예외가 아닐 것이라는 기대가 있다. 체급이 높은 ‘선수’들이 텃밭에 뛰어들면서 과거처럼 눈치를 볼 필요가 없어졌다는 얘기다.

새누리당 정두언 의원은 15일 블로그에 “고관으로 임명돼 부귀영화를 누리던 사람들이 다시 국회의원으로 ‘임명’돼 그 부귀영화를 이어가겠다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2012년 19대 총선 직전 새누리당은 ‘현역 물갈이’ 바람 속에 △강남갑·을 △서초갑·을 △송파갑·을 △양천갑 △분당갑·을 등 9곳과 TK 지역에서 현역 비례대표 의원의 공천을 배제했다. 이 때문에 공천 룰을 논의할 당 특별기구가 이번에도 강남 3구 등을 ‘우선추천지역’(중앙당에서 후보를 결정하는 곳)으로 정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여야는 서로 상대방 핑계를 대며 오픈프라이머리 공방을 벌이고 있다. 당초 여당에서 기세등등했던 오픈프라이머리가 내부 반격에 주춤해지는 반면 야당에선 비주류를 중심으로 불씨를 되살리려는 분위기다.

새누리당 원유철 원내대표는 15일 한 방송에서 “새정치연합이 오픈프라이머리가 불가능한 당론을 채택했으니 새누리당도 새로운 공천 룰을 만드는 것으로 방향을 잡고 있다”고 했다. 그러나 새정치연합 비노(비노무현) 성향의 이종걸 원내대표는 “(야당의) 많은 의원들이 오픈프라이머리를 하자는 뜻을 갖고 있었다”며 “새누리당과 저희가 같은 취지의 공통적 내용들로 법안을 만들자”고 제안했다.

홍수영 기자 gaea@donga.com
#김무성#강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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