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당의 한 관계자는 17일 김무성 대표와 서청원 최고위원이 사사건건 충돌하는 이유를 이렇게 설명했다. 서 최고위원은 전날 김 대표가 ‘정치신인 배려방안’을 논의하자고 운을 떼자 곧바로 “공천 룰도 결정 안 됐다. 당을 이렇게 운영하면 안 된다”며 회의장을 박차고 나왔다.
이날 갈등의 불씨는 한 달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공천 룰을 논의할 기구의 위원장 인선을 두고 김 대표는 황진하 사무총장을, 서 최고위원은 김태호 최고위원을 밀었다. 합의점을 찾지 못하자 원유철 원내대표는 이주영 의원 카드를 대안으로 냈다. 이때 김 대표는 이 의원 카드를 논의할 수 있다는 정도로 생각했으나 서 최고위원은 ‘이주영’ 카드로 합의됐다고 믿었다. 서로의 생각이 온도차가 있는 상태에서 ‘공천 룰 기구 위원장에 이 의원이 유력하다’는 보도가 나오자 김 대표는 “친박(친박근혜)계가 언론플레이를 했다”며 불쾌감을 감추지 못했다. 결국 이 의원 카드는 무산됐다. 그러자 이번에는 서 최고위원이 발끈했다.
두 사람은 9월 말에도 충돌했다. 김 대표는 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대표를 만나 ‘안심번호 활용 국민공천제’ 도입에 잠정 합의했다. 그러자 서 최고위원은 공개회의에서 “대표가 당의 주인이 아니다. 이제는 용서하지 않겠다”며 직격탄을 날렸다.
충돌 직후 두 사람은 따로 만났다. 김 대표가 서 최고위원에게 “왜 그렇게 얘기했느냐”고 묻자 서 최고위원은 “당무와 관련해 사전에 나와 상의해 달라”고 요청했다고 한다. 김 대표가 이를 수용해 공천 룰 기구 위원장 인선을 긴밀히 협의했으나 이 의원 카드가 무산되면서 오히려 불신이 깊어진 것이다.
‘상도동계’로 한때 정치적 동지였던 두 사람이 ‘상극’이 된 것은 숙명이라는 말도 나온다. 김 대표는 비박(비박근혜)계 수장으로, 서 최고위원은 친박계의 좌장으로 정치적 운명이 엇갈리기 때문이다. 지난해 7월에는 당 대표 자리를 놓고 건곤일척의 승부를 벌였지만 승리는 김 대표의 몫이었다.
김 대표는 내년 총선에서 전략공천을 배제한 채 100% 경선을 통한 상향식 공천을 이뤄내야 한다. 여기서 밀리면 정치적 활로를 찾기 힘든 상황이다. 반면 친박계는 김 대표가 박근혜 대통령의 공천 영향력을 최소화하기 위해 당헌·당규에 규정된 공천 룰을 바꾸려 한다고 의심하고 있다.
두 사람이 번번이 충돌하면서 당직 인선은 헝클어졌다. 지명직 최고위원 한 명은 김 대표 체제 출범 이후 1년 4개월째 공석이다. 총선을 5개월 앞두고 인재영입위원장과 홍보기획본부장 등 핵심 당직도 계속 비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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