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표가 당 대표 되고 한 일이 뭐가 있당가요(있나)? 선거는 맨 져불고(매번 지고)….”
18일 광주에서 만난 택시운전사 김옥상 씨(55)는 이같이 퉁명스럽게 말했다. 새정치민주연합의 안방인 호남에서 문 대표를 향한 신랄한 목소리는 쉽게 들을 수 있었다. 최근 일부 여론조사에서 문 대표의 호남 지지율이 5%까지 떨어지자 당내에선 ‘5% 쇼크’라는 말까지 나왔다.
광주 시민들의 반응은 복잡해 보였다. 문 대표도 탐탁지 않지만 ‘문재인 타도’에 나선 ‘천정배 신당’에 대해서도 시선은 곱지 않았다. “결국은 하나(야권 연대)로 합쳐야 하지 않겠느냐”는 것이다.
76일 만에 이날 광주를 방문한 문 대표는 조선대에서 특별 강연을 했다. 안철수 의원, 박원순 서울시장과 함께하는 ‘문-안-박 연대’로 임시지도부를 구성해 대표의 권한 상당 부분을 넘기겠다고 했다. 그러나 ‘광주 메시지’로 반전의 계기를 만들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 “문 대표는 호남의 얘기를 잘 안 들었다”
“4월, 10월 (재·보궐선거에서) 모두 졌는데 내년 총선이라고 다를까요? 문 대표로는 안 된다는 판단이겠죠.”
광주 송정역에서 만난 최모 씨(56·회사원)는 “문 대표가 물러나는 것 외에는 답이 없다”고 잘라 말했다. 충장로에서 편의점을 운영하는 조모 씨(51)도 “문 대표가 호남이 무엇을 원하는지 자주 와서 듣고 열심히 해결하려고 노력하는 모습을 보여야 하는데 그러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광주시의회 관계자는 “2012년 대선 이후부터 문 대표에 대한 부정적 여론들이 쌓인 결과”라고 말했다. 이날 문 대표의 광주 방문을 두고 “문 대표가 광주에서 사퇴를 선언하고 깨끗하게 새 출발하는 게 답 아니냐”는 의견도 있었다고 한다.
다만 ‘문-안-박 연대’를 두고는 찬반이 엇갈렸다. 천정배 의원의 지역구인 광주 서구 풍암동에서 약국을 운영하는 이모 씨(45)는 “3명이 연대하면 이후 천 의원도 함께해야 하지 않겠느냐”며 “야당 지지자들에게 희망을 보여줄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반면 조병국 씨(61·자영업)는 “(3자 연대는) 문 대표가 계속 자리를 지키겠다는 것 아니냐”며 “문 대표가 물러나도 통합은 할 수 있는 것 아니냐”고 반문했다.
○ “공천 혁신안을 받든지, 아니면 당을 나가라”
문 대표는 이날 조선대 강연에서 “뿌리 깊은 기득권 정치를 새 정치로 바꾸는 건 한두 사람이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라며 “(문-안-박) 세 사람이 힘을 합치면 인재 영입, 인적 쇄신, 공천 혁신 다 해낼 수 있는 힘이 된다”고 주장했다. 이어 “다음 총선까지 함께 치르는 임시지도부 역할을 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며 “저는 두 분과 당 대표 역할을 공유할 용의가 있다”고 했다.
박 시장은 처음에 “지금은 시장이어서 (현행법상) 나설 수가 없다”며 거리를 뒀다. 그러나 뒤늦게 최창환 서울시 정무수석 명의의 보도자료를 내고 “현행법이 허용되는 범위 안에서 돕겠다”며 “구체적인 방법에 대해서는 (문 대표와) 함께 논의해 보겠다”고 긍정적 반응으로 선회했다.
문 대표는 사퇴 요구에 선을 그었다. 그러면서 비주류를 겨냥한 듯 공천 기득권을 버리라고 압박했다. 문 대표는 “지금 나를 흔드는 이들은 실제로 자기의 공천권을 요구하는 것”이라며 “우리 의원들이 기득권을 내려놓는다면 (나도) 언제든 대표 자리를 내려놓고 백의종군할 것”이라고 말했다. ‘하위 20% 컷오프’ 혁신안을 고수하겠다는 뜻을 분명히 한 것이다.
한 당직자는 “컷오프에 반대하는 비주류를 향해 ‘공천 혁신안을 받든지, 아니면 당을 나가라’고 선언한 것”이라며 “문-안-박 연대를 재차 강조한 것도 반대 세력을 기득권 세력으로 규정하려는 의도”라고 했다.
이날 문 대표 강연이 진행된 200석 규모의 행사장은 발 디딜 틈 없이 가득 찼다. 강연이 끝난 뒤 문 대표와 사진을 찍으려는 긴 줄이 생기기도 했다. 문 대표는 25일에도 광주에서 현장 최고위원회를 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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