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재성 새정치민주연합 총무본부장이 최근 문재인 대표가 제의한 ‘문안박(문재인 안철수 박원순) 연대’를 결혼에 비유했다. 그래서 문 대표한테는 “더 성의 있게 프러포즈를 하라”고 했고, 안 의원한테는 “(문 대표에게) 너무 많은 혼수를 가져오라고 하지 말라”고 했다. 안 의원의 태도에 연대 성사가 달렸다고 보고 문 대표의 최측근답게 사실상 그를 압박한 것이다. 그러나 안 의원으로서는 진정한 혁신 요구가 기껏 혼수나 탐하는 것으로 치부됐으니 기분 좋을 턱이 없다.
▷사실 작년 3월 지방선거를 앞두고 김한길 대표가 이끌던 민주당과 안 의원이 창당을 준비하던 새정치연합이 합친 것도 인간사로 보면 혼인이나 다름없다. 당시 안 의원은 혼수를 톡톡히 챙겼다. 민주당에 비해 정치세가 보잘것없음에도 합당 형식을 취해 공동대표라는 대등한 직함도 얻었다. 새 당의 이름은 물론이고 강령에까지 자신의 철학과 비전을 상당 부분 반영했다. 지방선거와 재·보궐선거 때 그 나름의 지분도 행사했다. 그러나 달콤했던 신혼은 고작 4개월 만에 끝났다.
▷정치세력 간의 결합이 ‘검은 머리 파뿌리 되도록’ 지속되리라 기대하는 것 자체가 무리다. 이해관계가 얽히고설켜 있기 때문이다. 복잡한 이해를 조정해 어음처럼 주고받은 합의가 혼수다. 김영삼 정권을 탄생시킨 민주정의당 통일민주당 신민주공화당의 3당 합당도, 김대중 정권을 탄생시킨 DJP(김대중-김종필)연합도 크게 보면 혼수 때문에 깨졌다. ‘내각제 약속’이란 혼수가 서로를 묶었고, 부도가 나자 헤어진 것이다.
▷몇 달 전 안 의원을 만났을 때 민주당과 합친 것을 후회하지 않느냐고 물었다. 그는 “오히려 잘 합친 것 같다. 정치의 지하층을 내려가 볼 데까지 다 내려가 본 것이 소중한 경험이다. 이제야 정치를 좀 알 것 같다”고 답했다. 최 본부장은 안 의원 측이 발끈하자 혼수 발언을 사과했다. 그러나 냉정하게 보면 발끈할 일도, 사과할 일도 아니다. 혼수란 남녀 간 혼사에만 따르는 게 아니라, 정치의 세계에도 존재한다는 것을 최 본부장이 적나라하게 확인시켜준 것뿐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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