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兩金시대가 남긴 지역-계파정치 종식시킬 수 없나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11월 24일 00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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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삼 전 대통령의 별세로 김영삼·김대중의 양김(兩金) 시대는 이제 역사가 됐다. 양김이 군정을 종식시키고 민주화를 쟁취해낸 공로는 누구도 부인할 수 없을 것이다. 하지만 민주화 성취의 이면에 풀지 못한 숙제를 남긴 것도 사실이다.

지역주의는 1987년 대선 과정에서 양김의 분열 이후 김영삼의 영남 세력, 김대중의 호남 세력으로 갈려 선거 때마다 어김없이 반복되고 있다. 최근 선거에서 전남 순천-곡성에서 새누리당 이정현 의원이 당선되고 대구에서 새정치민주연합 김부겸 전 의원이 선전해 지역주의 극복의 희망을 주긴 했다. 그러나 대다수 정치인이 선거 때만 되면 지역주의로 돌아가는 고질병에서 헤어나지 못한다.

박근혜 대통령조차 청와대 비서나 장관 출신의 ‘진실한 사람들’을 대구경북(TK)도 모자라 서울 강남(K)까지 더한 TKK 지역에 출마시키려 하고 있다. 호남이 새정치연합에서 대접을 받지 못한다며 호남 기반의 신당을 추진 중인 천정배 의원 역시 지역주의에 편승한 것이다.

양김의 상도동계-동교동계는 현재의 계파정치에 비하면 차라리 단출했다. 박근혜 정부의 친박(친박근혜) 비박(비박근혜)은 진박(진실한 친박) 가박(가짜 친박) 용박(박근혜 이용)까지 갈수록 분화하고 있다. 새정치연합도 노무현 정권 이래 계속된 친노와 비노 대립에 친문(친문재인) 반문(반문재인)까지 나왔다. 양김은 민주화를 위해 투쟁했지만 정작 본인들은 민주적이지 못했다. 그들은 국회의원 공천권을 내려놓지 않았고 가신(家臣) 체제를 온존시켰다. 양김 시대에 꼭 해야 했던 정치개혁을 못 한 결과 한국 정치는 아직도 ‘민주적 리더십 형성’이라는 힘든 과제와 씨름하고 있다.

양김이 민주화란 단순한 독재의 종식이 아니라 관(官) 주도 사회에서 민(民) 주도 사회로의 거대한 이행이라는 점을 충분히 인식하지 못한 점도 아쉽다. 지난해 세월호 참사 원인 중에는 산업화 시대에 형성된 관경(官經) 유착 구조를 근본적으로 개혁하지 못한 탓도 있었다. 민주화 시대에 들어서서도 기업들은 관과의 유착을 통해 법을 피하는 것을 능사로 여겼다. 관이 끌고 가던 질서는 흐트러졌으나 이를 대체할 민간 주도의 자율적 질서는 만들어지지 못해 ‘국가개조’ 필요성까지 나왔다.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는 어제 김영삼 전 대통령을 ‘진정한 의회주의자’라고 부르며 새정치연합에 의회로 돌아올 것을 촉구했다. 새정치연합 문재인 대표는 김 전 대통령을 ‘진정한 민주주의자’라고 부르며 박 대통령을 반(反)민주주의자로 몰아갔다. 양당 대표의 아전인수식 해석이나 사생결단식 정치투쟁은 나라 발전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 양김의 공(功)은 그것대로 평가하면서 그들의 과(過)를 극복하고 승화시키는 것이 지금 살아 있는 정치인들이 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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