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부채 2200兆… “외환위기 교훈 삼아 선제적 대응해야”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11월 2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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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삼 前대통령 서거]18년전 위기 되풀이 않으려면

김영삼 전 대통령이 서거한 11월 22일은 18년 전인 1997년 김 전 대통령이 국제통화기금(IMF)에 구제금융을 신청한다는 대국민 담화를 발표했던 바로 그날이다. 이후 한국은 외환위기를 성공적으로 극복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하지만 최근 한국 경제는 저성장과 급증하는 가계부채, 정부나 은행의 지원으로 연명하는 ‘좀비기업’ 등의 문제로 다시 위험수위가 높아지고 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김영삼 정부는 1996년 12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 가입하는 등 경제 분야의 ‘세계화’에 속도를 냈다. 하지만 이듬해 대기업들의 잇따른 부도와 금융시장 혼란 등으로 외환보유액이 300만 달러 수준까지 떨어져 결국 IMF로부터 구제금융을 받게 됐다.

최근 상황을 볼 때 1997년처럼 한국이 국가부도 직전까지 가는 일은 반복되지 않을 것이라는 게 대다수 전문가의 분석이다. 현재 대외건전성을 알리는 지표들도 외환위기 때와는 크게 차이가 난다.

외환보유액은 올해 9월 말 현재 3681억1400만 달러로 외환위기 직전인 1997년 9월(304억2600만 달러)의 12배로 급증했다. 전 세계에서 7번째로 많은 금액이다. 총 대외채무 가운데 만기 1년 미만인 단기외채가 차지하는 비중도 28.8%(6월 말 기준)로 40%를 훌쩍 넘었던 외환위기 때보다 크게 낮다.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중국의 경기 둔화 우려에도 최근 한국의 국제신용등급이 상승한 것은 우수한 대외건전성이 반영된 결과”라고 말했다.

하지만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를 회복하는 과정에서 가계와 정부의 빚이 빠르게 늘어난 탓에 대외 충격 요인이 발생할 경우 이를 극복할 체력이 약해졌다는 지적이 나온다.

최근 국제금융협회(IIF)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한국은 올해 1분기(1∼3월) 기준 국내총생산(GDP) 대비 가계부채 비율이 84%로 조사 대상 18개 신흥국 중 가장 높았으며 선진국 평균(74%)보다 높은 수준이었다. 1997년 당시 11.9%였던 GDP 대비 국가부채 비율도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등을 거치며 올해 36.5%까지 높아졌다. 이창선 LG경제연구원 수석연구위원은 “가계대출 대부분이 부동산에 묶여 있는 상황에서 미국의 금리 인상 등 큰 충격이 닥칠 경우 한국 경제 위기의 ‘뇌관’이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가계부채가 잠재적 불안 요소라면 2200조 원에 이르는 기업부채는 당장 ‘발등에 떨어진 불’이다. 한국신용평가에 따르면 올해 1∼10월 신용등급이 떨어진 기업은 45곳으로 외환위기 직후인 1998년(61곳) 이후 가장 많은 규모다. 영업이익으로 금융권 이자도 갚기 어려운 좀비기업도 3000곳을 넘어선 것으로 파악된다. 이들은 은행의 건전성을 악화시킬 뿐 아니라 다른 업체에까지 피해를 주고 있다는 지적이 많다. 이에 따라 정부도 연말까지 개별 기업의 신용위험을 다시 평가하고 기업대출 심사를 선진화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외환위기를 교훈 삼아 사후 구조조정이 아니라 선제적으로 우리 산업의 체질을 개선해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윤석헌 숭실대 금융학부 교수는 “외환위기 때는 부실한 기업을 빨리 도려내는 게 목적이었다면 지금은 어떻게 고쳐 나가느냐가 중요하다”면서 “정부 주도의 일방적 구조조정보다는 관련법을 정비하는 등 여건 마련에 신경 써야 한다”고 말했다.

세종=김철중 tnf@donga.com·손영일 기자
#김영삼#기업부채#외환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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