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YS, 5·18당시 연금상태서 성명서 작성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11월 25일 03시 00분


[김영삼 前대통령 서거]“강권으로 국민을 굴복시킬 수 없다”
정수만 前유족회장, 獨교회서 입수… 메신저 역할하던 목사에게 보낸듯
김덕룡 “당시 보낸 글 중 하나일 것”

고 김영삼 전 대통령이 1980년 5월 23일 가택연금 상태에서 작성한 것으로 추정되는 성명서.
고 김영삼 전 대통령이 1980년 5월 23일 가택연금 상태에서 작성한 것으로 추정되는 성명서.
‘5·18 민주화운동’ 당시 고 김영삼 전 대통령이 가택연금 상태에서 작성한 것으로 보이는 성명서가 뒤늦게 공개됐다. 평생을 민주화운동에 헌신했던 고인의 민주화에 대한 강한 의지가 오롯이 담겨 있어 눈길을 끈다.

정수만 전 5·18민주유공자유족회장(69)은 김 전 대통령의 서명이 적힌 A4용지 2장짜리 성명서를 동아일보에 공개했다. ‘1980년 5월 23일’ 작성된 이 성명서에서 김 전 대통령은 “(신군부는) 나의 충고를 듣지 않고 계엄통치를 강화하다 쿠데타적 5·17 폭거(비상계엄)를 저질러 오늘의 사태를 자초했다. 아무리 강한 정부도 강권으로 국민을 굴복시킬 수 없다는 것을 똑똑히 알아야 한다”고 충고했다.

그는 이어 “국민을 배반하는 행위는 의로운 국민이 결코 용납하지 않을 것”이라며 “국민은 유신체제 연장을 결코 용납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성명서는 “우리는 어떤 경우에도 좌절하거나 포기하지 않고 계속 전진할 것이다. 이번 사태로 희생된 영령들과 유가족, 부상자에게 애도와 위로를 보낸다”며 끝을 맺고 있다. 성명서 말미에는 ‘1980년 5월 23일 신민당 총재 김영삼’이라고 적혀 있다.

정 전 회장은 이 성명서를 1997년 독일 프랑크푸르트 근처 작은 도시에 있는 교회에서 입수했다고 밝혔다. 그는 “교회 유치원 옆에 있던 컨테이너에 5·18 민주화운동 자료가 가득 차 있어 일주일 동안 정리하다 성명서 원본을 찾아 복사해 왔다”고 말했다. 이 교회는 파울 슈나이스 목사가 활동했던 곳이다. 슈나이스 목사는 1970년대 한국을 드나들며 국내 민주화운동 인사들과 해외 체류 인사들 간 메신저 역할을 하다 1978년 강제 추방됐다. 1980년 5·18 민주화운동 당시에는 서울에 있던 일본인 부인을 통해 광주 상황을 외부로 전했다. 정 전 회장은 당시 슈나이스 목사의 부인이 성명서를 김 전 대통령 측에서 받아 외국에 한국 상황을 알리려 했던 것으로 추정했다.

당시 YS의 비서실장을 맡았던 김덕룡 전 의원은 “(YS가) 외신을 통해서라도 5·18 민주화운동을 알리기 위해 극비리에 인편으로 일본과 독일 등에 몇 통의 글을 보냈다”며 “내용과 글씨체, 사인 등을 보니 그때 YS가 보냈던 글 중 하나인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광주=이형주 peneye09@donga.com / 길진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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