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정치민주연합 안철수 전 대표가 “전체가 살려면 거듭나는 수 밖에 없다”며 문재인 대표의 ‘문·안·박(문재인·안철수·박원순) 공동지도체제’를 거부했다. 그러면서 자신과 문 대표 등 당원 모두가 참여하는 혁신전당대회를 역제안했다.
안철수 전 대표는 29일 오전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문·안·박 연대만으로는 우리 당의 활로를 여는데 충분하지 않다”며 “당의 화합과 당 밖의 통합이 이뤄질 지도 미지수이고, 등 돌린 지지자들의 마음을 되돌릴 수 있을지도 불확실하다”고 밝혔다.
그는 “문·안·박 체제는 당의 변화를 온 몸으로 느끼며 진실로 모두가 화합하는 감동과 파격을 만들기에 부족하다”며 “지금은 더 담대하고 더 근본적인 변화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이어 “지금은 야권 전체가 공멸할 위기이고, 그렇게 되면 정부 여당의 폭주로 결국은 국민들이 고통을 받게 된다”며 “전체가 살려면 새로 거듭날 수 밖에 없다는 것이 제 결론”이라고 말했다.
안철수 전 대표는 ‘혁신전당대회(이하 혁신전대)’와 ‘통합적 국민저항체제’ 구축을 대안으로 제안하며 “문재인 대표와 저를 포함한 많은 사람들이 참여하는 혁신전당대회 개최를 열자. 혁신전당대회를 통해 혁신의 구체적인 내용과 정권교체의 비전을 가지고 경쟁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이를 통해 주류와 비주류의 반목과 계파패권주의도 함께 녹여내야 한다”며 “혁신전대로 새 리더십을 세울 때만이 혁신과 통합의 동력을 만들어 낼 수 있다”고 강조했다.
안철수 전 대표는 “9월 초 당의 혁신이 필요하다는 말을 했고, 석달동안 진행되지 않아 시간만 흘러갔다”며 “고민의 산물이 제가 제안한 혁신전대”라고 설명했다.
그는 “‘수신제가 치국평천하(修身齊家 治國平天下·몸을 닦고 집을 안정시킨 후 나라를 다스리며 천하를 평정함)’라는 말처럼 우리가 먼저 혁신하고 국민의 신뢰를 받는 것이 제대로 싸울 동력을 확보할 수 있는 길”이라고 강조했다.
또 “우리가 단단히 뭉치고 새롭게 바뀌는 모습을 보여야 정부여당과 대결해 여러가지를 실행에 옮길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안철수 전 대표는 총선을 앞드고 전당대회를 할 물리적 시간이 부족하다는 지적에 대해 “직전 총선에서도 12월, 1월에 전대가 진행됐다”며 “시간이 부족한 게 아니라 의지와 결단의 문제다. 전대를 한다면 1월초중순까지는 치러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혁신전대를 통해 국민들의 신뢰를 회복하고, 그렇게 해서 바뀐 대표는 정통성을 부여받고 총선을 승리로 이끌 수 있을 것”이라며 “이는 문 대표에게도 새롭게 리더십 회복할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안철수 전 대표는 “통합전대를 하면 그 전에 문 대표는 사퇴해야 하는 것인가”라는 질문에는 “문 대표를 포함한 지도부가 가장 부작용이 없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고 답했다.
그는 그러면서 문 대표와 전날 만나 혁신전대를 제안했으며, 문 대표는 “여러가지를 함께 고민해보면 좋겠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통합적 국민저항체제’와 관련해서는 “새 지도부는 천정배의원 등이 추진하는 신당과 통합을 추진해야 한다”며 “당의 두 가지 과제는 낡은 타성과 체질을 바꾸는 ‘근본적 혁신’과 박근혜정권의 독단과 폭주를 저지하는 통합적 국민저항체제”라고 강조했다.
그는 “새 지도부가 혁신을 진정성있게 실천하고, 야권인사 모두가 참여하는 통합적 국민저항체제를 제안한다면 당 밖의 많은 분들의 결단을 기대할 수 있다”고 했다.
아울러 “혁신경쟁체제와 통합적 국민저항체제는 당을 분열에서 통합으로, 과거에서 미래로, 낡은 타성에서 새로움으로 바꾸어냄은 물론, 일사불란한 총선체제를 세워 낼 것”이라고 말했다.
안철수 전 대표는 “저는 계파도 없고 조직도 없다. 세력은 더 더욱 없다”며 “(혁신전대는) 저로서는 감당하기 어려운 시험이 될 수 있지만, 그래도 좋다”고 말했다.
그는 “혁신을 이루고 통합을 이뤄 총선돌파와 정권교체의 가능성만 높일 수 있다면 기꺼이 그렇게 하겠다”면서 “혁신전당대회를 통해 국민과 당원의 뜻에 깨끗하게 승복하고, 모두가 혁신과 통합의 길에 함께 선다면 우리 당을 바꾸고, 국민의 신뢰를 되찾는 소중한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안철수 전 대표는 지난 10여일의 숙고 기간에 대해 “많은 분들을 만나 많은 이야기를 들었다”며 “수십 년 우리 당을 바라보고 지켜준 분들이 지금 우리에게 등을 돌리고 있었고, 우리는 지금 절벽 끝에 서있다”고 말했다.
안철수 전 대표는 “지금 우리 모두에게 필요한 것은 모든 것을 백지상태에서 다시 시작하겠다는 각오와 결단”이라며 “문재인 대표를 비롯한 당 지도부의 결단을 기대한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해 문재인 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문안박 연대 제안이 (수용)되지 않은 것이 좀 안타깝다”면서 “안철수 전 대표가 제안한 방안에 대해서는 당내에서 좀 더 의견을 들어보고 최고위를 비롯해 의견을 듣고 난 뒤에 판단을 하겠다”고 말했다.
박원순 시장은 이날 문안박 공동지도 체제와 혁신 전당대회를 제안한 문 대표와 안철수 전 대표 사이에서 역할을 할 것이냐는 질문에 “노력하겠다”고 답했다.
그는 안철수 전 대표의 혁신 전대 제안으로 문안박 체제의 진행이 어려워진 게 아니냐는 지적에 “두 분의 문제 푸는 방법은 다른 것 같지만 통합과 혁신을 통해 국민 신뢰를 얻어야 한다는 점에서 같은 입장”이라고 평가하면서 “두 분이 어쨌든 다른 방법을 절박하게 논의하고 결정하는 과정이 있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안철수 혁신전대. 사진=동아일보 DB 동아닷컴 디지털뉴스팀 기사제보 dnew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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