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설수설/송평인]누가 헌법을 유린하는가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12월 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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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신문이 어제 1면에 ‘누가 헌법을 유린하는가’라는 통단 제목으로 민주노동조합총연맹의 5일 2차 집회를 불허한 경찰을 비판했다. 이 신문 기사대로 집회에 대한 허가는 인정되지 않는다(헌법 제21조). 그러나 헌법이 보장하는 자유도 법률로 제한할 수 있다(헌법 제37조). 경찰의 집회 불허는 ‘공공의 안녕질서에 직접적인 위협을 끼칠 것이 명백한 집회는 금지할 수 있다’는 집시법 제5조에 따른 것이다. 경찰 조치는 집회를 허가제로 하느냐 마느냐와 아무런 상관이 없다.

▷미국 수정헌법 제1조는 평화롭게(peaceably) 집회할 수 있는 자유를 보장한다. 독일 헌법도 집회의 자유에 평화롭게(friedlich) 무장 없이(ohne Waffen)란 수식어를 달아놓았다. 프랑스 헌법에는 집회의 자유가 규정돼 있지 않고 영국은 성문헌법이 없다. 종합하면 집회의 자유는 본질적으로 평화로운 집회의 자유다. 우리나라 헌법에는 이 중요한 수식어가 빠져 있지만 ‘집회에 대한 허가는 인정되지 않는다’라고 할 때 그 집회는 평화로울 것을 전제한다.

▷민노총의 지난달 14일 1차 광화문 집회는 폭력으로 얼룩졌다. 그런 단체가 2차 집회를 주최할 경우 이보다 더 공공질서에 위협을 끼칠 것이 명백한 집회가 또 있을까. 어떤 나라 경찰도 폭력시위 전과가 있는 단체가 주최하는 또 다른 집회를 허락하지 않는다. 올해 폭력시위 집회의 90% 이상이 민노총이 주최한 집회다. 경찰은 민노총 집회에 너무 관대했다. 진즉 법대로 했어야 할 것을 뒤늦게 하니까 ‘헌법을 유린한다’는, 듣지 않아도 될 비난까지 듣는 것이다.

▷집회 참가자가 복면을 쓰든 안 쓰든 현행법상 자유다. 그러나 복면시위자가 폭력에 가담했을 경우 끝까지 추적해 엄단하는 것은 경찰의 자유다. 정확히 말하면 의무다. 물감을 뿌려서든 어떤 식으로든 반드시 색출해 엄벌해야 한다. 우리보다 훌륭한 민주적 전통을 가진 프랑스와 독일은 아예 법으로 복면시위를 금지한다. 그렇다면 복면시위가 헌법 유린일 수 있어도 복면시위 금지가 헌법 유린일 수는 없다.

송평인 논설위원 pisong@donga.com
#민노총#폭력 시위#복면금지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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