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일 새해 예산안과 주요 쟁점 법안 처리가 마무리되자 정치권에선 “새누리당의 판정승”이라는 관측이 나왔다. 새정치민주연합이 예산안 처리 과정에서 주류-비주류 갈등이 표면화되면서 후폭풍을 겪는 것과 대조적이다.
하지만 새누리당의 고민도 있다. 노동 개혁 5법 등 핵심 법안의 운명은 장담하기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예산안 처리로 친박(친박근혜) 핵심인 최경환 경제부총리의 당 복귀가 ‘초읽기’에 들어가면서 한동안 잠잠했던 계파 갈등이 수면으로 부상할 것으로 전망된다.
○ ‘노동 개혁’ 미처리는 미흡
새누리당은 예산안과 함께 진행된 쟁점 법안 협상에서 관광진흥법과 국제의료사업지원법 처리를 이끌어 냈다. 박근혜 대통령이 ‘경제활성화법’으로 규정하고 국회 처리를 역설해 온 법들이다. 특히 정부가 제출한 지 3년이 넘은 관광진흥법에 대해 박 대통령은 10월 27일 예산안 시정연설에서 “한류 붐으로 관광객이 급증해 호텔이 모자랄 지경인데 관광객들이 발길을 돌린다면 두고두고 땅을 칠 일”이라고 호소했을 정도였다.
새정치연합 몫으로 합의된 모자보건법, 전공의 수련 환경 개선 및 지위 향상법은 그동안 야당에서 크게 정치적 비중을 두지 않았던 법들이다. 새누리당 핵심 관계자는 “새정치연합이 2일 저녁에 여야 합의안을 놓고 극심한 진통을 겪었다”며 “예산 정국에서 어느 쪽이 좋은 성적을 거뒀는지를 보여 주는 장면”이라고 평가했다.
그렇지만 새누리당 내에서는 “핵심이 빠졌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경제 활성화 법 중 정부·여당이 35만 개의 일자리 창출 효과를 기대하며 공을 들인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 처리가 안 된 게 대표적이다.
특히 정부·여당이 4대 개혁의 핵심이라고 강조해 온 노동 개혁 관련 법안들은 “임시 국회에서 합의한 후 처리한다”는 수준으로 더 밀렸다. 합의라고 하기도 민망한 수준이다. 한 재선 의원은 “처리 시한조차 명시하지 못해 합의가 아닌 합의에 그쳤다”고 꼬집었다.
○ 계파 갈등 표면화할 듯
예산안 처리 이후 여권 내에선 친박 핵심인 최경환 부총리의 행보에 눈길이 쏠리고 있다. 순방 중인 박 대통령이 5일 귀국하면 단행할 개각을 통해 최 부총리가 당에 복귀하는 건 기정사실화되고 있다. 친박계는 최 부총리가 친박계의 구심점 역할을 하면서 청와대와의 가교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친박계 움직임도 빨라지고 있다. 친박계 모임인 국가경쟁력강화포럼이 16일이나 17일에 송년 모임을 갖는 것도 친박계 기류와 맞물려 주목을 끈다. 지난해 경쟁력강화포럼의 송년 모임에선 비박계인 김무성 대표를 강하게 성토하는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
이제 당내 전선은 공천 룰로 옮겨 가고 있다. 공천 룰을 다룰 특별기구 구성 원칙만 정해졌을 뿐 위원장 인선 등을 놓고 친박-비박계 갈등으로 기구 구성은 두 달 넘게 표류하고 있다. 한 핵심 당직자는 “시간이 없는 만큼 다음 주까지는 무조건 특별 기구를 구성해야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공천 룰은 서로가 쉽게 물러설 수 없어 파열음이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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