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담으로 하면, 보통 남들이 이야기해도 본인 입으로 얘기할 땐 자기 이름(문재인 대표)을 제일 뒤에 넣어야 하지 않나. 그 생각부터 먼저 들었다.”
11월 30일 ‘문안박’과 ‘안박문’의 차이를 언급한 새정치민주연합 안철수 의원의 뼈 있는 농담이 트위터를 달궜다. 문 대표에 대한 불신의 강도를 짐작하게 하는 대목이다. 농담처럼 들리지도 않았고 안 의원 자신도 농담이 아니라는 속내를 드러내기도 했다. 안희정 충남지사가 “전당대회 의결을 뛰어넘을 권위는 그 누구에게도 주어지지 않았다. 만약 시도한다면 그것을 우리는 쿠데타라고 한다”고 말한 것에 대한 반박이기도 했다.
안 의원이 문 대표의 이른바 ‘문안박 연대’를 거부하고 혁신전당대회 개최를 주장하면서 새정치연합의 파국 위기가 더 깊어졌다. 총선을 앞두고 예견됐던 주도권 싸움이 한 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내홍 국면으로 접어든 것이다. 혁신위원을 지낸 조국 서울대 교수는 “문재인이 재선출돼도 당이 갈라진다. 내려갈 사람은 내려가야 하고, 올려야 할 사람은 올려야 하고, 떠날 사람은 떠나야 하고, 싸울 사람과는 싸워야 한다”며 안 의원의 행보를 강하게 비판했다. 한 신문이 트위터에 ‘혁신전당대회 역제안’에 대한 설문조사를 했다. 찬성이 18%, 반대가 82%였다. 이 같은 결과는 혁신전당대회 동의가 43.6%, 문안박 연대 동의가 25.1%라는 내일신문 정례 여론조사 결과와 정반대다.
실제로 지난 한 주 동안 트위터를 비롯한 소셜미디어는 안 의원에게 불리한 기울어진 운동장이나 다름없었다.
@jsch****는 (오늘의 정가 소식) 안철수: 문재인 대표 사퇴하고 공천권 내놔라, 안희정: 안철수의 행위는 쿠데타다, 박원순: 난 잘 모르겠다, 문재인: 12월 5일 종교인과 함께 평화시위 감시하겠다”고 묘사해 100여 회의 리트윗을 기록했다. 진중권 동양대 교수는 “문재인의 삼고초려, 안철수의 거부, 이젠 화낼 기분도 안 난다”고 일갈해 500회가 넘는 호응을 얻었다. 새정치연합 김기식 의원은 “안철수 의원의 제안은 결론적으로 박원순 시장에게 빠지라는 이야기고, 문재인 대표에겐 이참에 전당대회 해서 승부를 내자는 건데 대선은 2년 뒤인데 이렇게 조기에 결판내자는 이유를 도무지 이해할 수가 없다”고 했다.
리트윗을 많이 올린 이슈트위터 100개 가운데 안 의원을 옹호하는 글은 한 건이었다. @bulk****는 “노영민 피감기관에 책 강매, 문희상 취업청탁, 윤후덕 취업청탁, 신기남 로스쿨 압력, 김창호 불법정치자금 수수 등을 보면, 왜 문 대표가 안 의원의 낡은 진보 청산 등 혁신 요구에 제대로 답을 못하는지 이유를 알 수 있을 것이다”라고 했다. 하지만 리트윗 수는 77회에 그쳤다.
11월 26일부터 1주일 동안 트위터, 블로그 등 소셜미디어에서 문재인, 안철수를 언급한 문서는 모두 15만2990건이 검색됐다. 11월 29일 2만9948건을 기록했고 30일엔 3만5381건, 12월 1일엔 3만3466건을 올려 야당 분열에 대한 깊은 우려를 반영했다. 통상 하루 3만 건 정도면 거의 모든 언론의 톱뉴스를 장식한다. 긍·부정 연관어엔 거부, 비판, 새로운, 좋다, 나쁘다 등이 올랐고, 부정어 분포가 55.9%로 긍정어 분포 22.6%를 크게 앞질렀다.
@sept****는 “안철수는 고비고비마다 뜸을 들이다가 가장 나쁜 선택을 한다. 논리 그 자체를 상대하는 일은 많이 해보았지만 사람을 상대로 일한 경험이 없기 때문일까”라는 글을 올려 700여 회의 리트윗을 기록했다.
문재인, 안철수와 함께 언급된 전체 연관어의 압도적 1위는 당대표가 차지해 이번 논란이 총선을 앞둔 당권 투쟁임을 반영했다. 전당대회, 총선, 국민, 혁신이 그 뒤를 이었다. 6위는 야당이 차지해 총선을 앞둔 지지자들의 불안감을 반영했고 ‘문안박’ 연대 당사자인 박원순 시장이 뒤를 이었다. 8위부터는 박근혜, 대선, 천정배가 차지했다.
야당의 당권 갈등을 보는 국민의 시선은 아주 싸늘하다. 문재인, 안철수를 언급한 글 가운데 리트윗 1000회를 넘는 글이 없다. 지지자들의 상대 헐뜯기 성토장이 돼버린 ‘SNS 장외투쟁’에 시민들의 정치 무관심만 눈 덩이처럼 커지고 있다. ‘사즉생’의 각오 없이 이 위기를 돌파할 길은 없어 보인다. 누가 먼저 ‘과도한 헌신’으로 국민의 마음을 얻을 것인가. 파국 직전의 야당을 지켜보는 국민의 눈은 매섭기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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