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박근혜 대통령은 국무회의에서 야당을 향해, 문재인 새정치민주연합 대표는 관훈클럽 토론회 모두발언에서 박 대통령을 향해 날 선 비판을 날렸다. 같은 날, 같은 시간에 나온 두 사람의 독설(毒舌)을 보면 마치 3년 전 대선 때의 유세를 다시 보는 듯한 묘한 기시감이 들 정도다. 한 사람은 대통령이 됐고, 다른 한 사람은 제1야당의 대표인데 책임 있는 국가 지도자로서 협조해 함께 국정을 이끄는 게 아니라 서로 공격하며 지지자를 결집시키는 데만 골몰하는 모양새다.
박 대통령은 경제활성화 법안과 노동개혁 법안, 테러방지법안의 국회 처리를 촉구하면서 국회를 “이념과 명분의 프레임에 갇힌 기득권 집단의 대리인”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국회가 말로는 일자리 창출을 외치면서도 행동은 정반대로 노동개혁 입법을 무산시킨다면 국민의 열망은 실망과 분노가 되어 돌아올 것”이라고 경고했다. “서비스산업 활성화는 이념의 문제가 아니라 국민들 삶의 문제”라고 했고, “우리나라가 테러 방지를 위한 기본적인 법체계조차 갖추지 못하고 있다는 것을 IS(‘이슬람국가’·극단주의 이슬람 무장조직)도 알아버렸다”는 말도 했다.
박 대통령이 지칭한 ‘국회’가 ‘야당’이라는 것을 모르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선거법 위반 논란을 피하기 위해 우회했을 뿐이다. 국회에 대한 국민의 낮은 신뢰도에 비춰 보면 박 대통령의 발언에 공감하는 사람이 다수일 것이다. 그러나 옳은 말이라도 상대방의 감정을 건드리는 표현은 역효과를 내는 법이다. 야당의 반대로 중요 법안들이 입법화되지 않고 있는 데 대한 답답함을 이해할 수 있지만 선거를 앞둔 시점에서 ‘심판’ 운운하는 것은 상대방을 대화 상대로 인정하지 않는다는 뜻이다.
문 대표도 작심한 듯 “대한민국은 지금 선진국 진입을 눈앞에 두고 거꾸로 역주행하고 있다”면서 극심한 불평등이 성장을 가로막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는 “박근혜 정권은 극단적 이념정치로 국민을 분열시키고 민주주의마저 무너뜨리고 있다”며 ‘독재 회귀’라는 표현까지 썼다. 다수 국민이 공감하기 힘든 발언이다. 지금은 국회선진화법 때문에 대통령도 ‘야당의 결재’를 받지 않으면 법 하나 마음대로 통과시키지 못하는 처지다. 아무리 정치적 수사라고 해도 ‘독재’ 운운하며 정부 비판만 해선 수권정당의 신뢰를 얻기 어렵다.
지도자들이 국가적 난제를 풀려면 공격과 비판이 아니라 설득과 타협을 해야 한다. 박 대통령과 문 대표의 언어는 반대자를 설득하고 감동시키는 것이 아니라 타박하고 싸우자는 것이다. 소통 방식도 얼굴을 마주 보는 직접화법이 아니라 국민을 볼모로 한 간접화법이다. 정치는 진실한 사람이 아니라 문제를 해결할 줄 아는 사람이 해야 한다. 두 사람은 반대자를 설득하고 협상하는 법부터 제대로 배우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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