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이 정도 저출산 대책으로 결혼하고 애 낳으려 할까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12월 11일 00시 00분


6일 오랜 백수생활에 절망한 30대 미혼 남성이 노모가 보는 앞에서 투신해 목숨을 끊었다. 친구의 결혼식에 다녀온 뒤 극심한 스트레스와 우울감에 시달렸다고 한다. 통계청에 따르면 작년 20, 30대 사망 원인 중 1위가 자살이고, 자살 충동을 갖는 첫 번째 이유가 경제적 어려움이다.

어제 정부는 제3차 저출산·고령사회 기본계획(2016∼2020년)을 확정 발표했다. ‘브리지 플랜 2020’으로 명명된 3차 계획은 과거 양육 지원에서 일자리와 주거 지원을 통해 만혼(晩婚) 비혼(非婚) 대책으로 전환한 것이 핵심이다. 박근혜 대통령은 “일자리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고 방치하면 젊은이들의 가슴에 사랑이 없어지고 삶에 쫓겨 가는 일상이 반복될 것”이라고 했다. 보건복지부가 “임금피크제, 근로시간 단축, 고용관계 개선 등 노동개혁으로 향후 5년간 37만 개의 청년일자리가 창출될 것”이라고 강조했지만 어느 세월에 노동개혁이 단행될지 알 수 없다. 5년간 신혼부부에게 임대주택 등 13만5000채를 공급한다는 정책도 결국 빚으로 남게 될 전세대출 한도 확대를 통한 것이라는 한계가 있다.

한국의 합계출산율이 작년 1.21명으로 세계 최저 수준이다. 어제 나온 ‘2015한국사회동향’에 따르면 에코세대(1979∼1992년생) 두 명 중 한 명은 ‘결혼이 꼭 필요하지 않다’고 생각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결혼을 하기 어려우니까 안 하겠다는 것이다. 일본이 10월 개각에서 ‘1억 총활약담당상’을 임명하고 1억 인구 유지 계획을 밝힌 것이나 중국이 한 자녀 정책을 35년 만에 없앤 데 비하면 정부의 대책은 한가하다.

정부 기업 국민 모두 합심해 저출산 고령화의 시한폭탄에 대한 절박한 위기의식을 공유할 때다. 장기적으로 가족친화적 기업문화, 남성의 육아 참여, 자녀 양육과 사교육 부담 완화 등 구조적 개혁과 인식 개선도 병행해야 한다. 청년일자리 창출이 저출산 대책의 첫걸음이어야 한다. 그것이 청년을 절망에서 구하는 길이다.
#저출산#결혼#기본계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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