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남친은 작년에 행시 공부를 하다가 갑자기 행시 선발 인원 절반으로 줄인다고 해서 뒤통수 맞음. 나는 올해 로스쿨 들어왔는데 갑자기 사시 폐지 4년 후로 미룬다고 뒤통수 맞음. 그냥 이 나라에서는 국가랑 최대한 관계없는 직업을 준비해야 하는 것입니다.”
@twit****가 올린 이 글은 511회의 리트윗을 기록해 사법시험 폐지 논란과 관련된 글 가운데 가장 많이 퍼져 나갔다. 정부의 오락가락 정책에 대한 불신을 가득 담은 글이다. 3일 법무부의 사법시험 제도 폐지를 4년간 유예, 2021년까지 존치한다는 발표를 두고 누리꾼들의 찬반 논란이 뜨겁다. 법무부는 국민 10명 중 8명이 사법시험 폐지에 반대한다는 전화 설문조사를 근거로 들었다. “로스쿨은 있는 자를 위한 현대판 음서제”라는 반로스쿨 정서가 존재한다는 사실이 법무부 결정에 큰 작용을 한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법무부 발표는 졸속이라는 강력한 저항에 직면했다. “폐지도 아니고 폐지가 아닌 것도 아닌” 여론 피해 가기 정책 추진에 대해 로스쿨 재학생 등 당사자들은 ‘자퇴’라는 극단적인 선택을 하기에 이르렀다.
심지어 교육부는 발표 당일 아침에, 대법원은 발표 20분 전에 내용을 전달받았다고 한다. 이상민 국회 법사위원장은 부적절하다며 만류했다고 한다. 대법원은 “법조인 양성체계는 법무부가 단시간 내에 일방적으로 결정할 문제가 아니다”라고 불편한 기색을 감추지 않았다. 반발이 거세지자 법무부는 이튿날 최종 입장이 아니라고 한발 물러섰다.
11월 26일부터 12월 9일까지 2주일 동안 트위터, 블로그 등 소셜 미디어에서 사법시험 폐지 유예와 관련된 글은 모두 2만5134건이 검색됐다. 언론의 관심도에 비해 반응이 폭발적이지는 않았다. 같은 기간 뉴스 언급량이 2489건이었으니까 소셜미디어에서의 휘발성이 그리 크지는 않았다고 분석할 수 있다. 또 언급량 가운데 상당 부분이 신기남 의원의 로스쿨 외압 의혹과 사법연수원에서의 일베 인증샷 등 네거티브 이슈였다. 부정어 분포가 55.5%로 긍정어 분포 20.1%를 두 배 이상으로 앞질렀다는 사실이 이를 방증한다.
사법시험, 로스쿨 등과 함께 언급된 전체 연관어 1위는 신기남이 차지했다. 로스쿨 졸업시험과 관련된 국회의원 외압 의혹이 로스쿨에 대한 부정적인 여론을 주도했다고 볼 수 있는 대목이다. 한 언론이 “졸업시험에 떨어진 아들을 구제해주면 법무부에 압력을 넣어 변호사시험 합격률을 80%까지 올려주겠다”고 신 의원이 해당 학교에 압력을 행사했다고 폭로한 것이 발단이 됐다. 고시생 모임 1137명이 신 의원 자녀가 다니는 로스쿨의 입학, 졸업 자료 정보 공개를 청구했다는 소식도 트위터를 통해 빠르게 퍼졌다. @nss4****는 “로스쿨이 무슨 초등학교냐? 학부모가 왜 로스쿨에 가냐? 변호, 수사, 재판도 이제 엄마, 아빠 도움 받아서 하는 것이냐?”라고 꾸짖었다. 이 논란에 대해 신 의원은 12월 7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공식 해명 성명’을 발표했다. 그는 이 성명에서 “당의 당무감사원에서 감사를 통해 모든 의혹이 사실이 아닌 것으로 확인됐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학부모로서 자연스러운 일”이라는 신 의원의 주장에 대해서는 국회의원으로서 부적절한 처신이었다는 비판이 많았다.
전체 연관어 2∼5위는 법무부, 변호사, 로스쿨, 사법시험 폐지가 올랐다. 이어 졸업, 제도, 자퇴, 국민, 서울대가 올라 법무부 발표를 둘러싼 논란이 서울대를 비롯한 로스쿨 재학생 자퇴 사태로 이어진 점이 주로 회자됐다는 것을 보여 주었다.
사법시험은 ‘개천에서 용 난다’는 기회의 사다리를 대변하는 제도였다. @acco****는 “가끔 사회적 약자가 모든 어려움을 이겨내고 사법시험에 붙는다는 기사는 종종 보아왔음. 로스쿨은 그런 사람들이 매년 일정 비율 나올 수 있는 체제”라고 로스쿨을 옹호했다. ‘공정함’에 대한 기존 감수성이 현실을 왜곡할 수도 있다는 지적이다.
물론 사법시험 존치에 대한 여론이 폐지 여론보다 우세한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이번 법무부의 오락가락 정책 추진은 또 다른 문제를 낳을 것이 분명하다. 서울대 한인섭 교수는 트위터에 “사법고시 연장안(법무부)은 기존 응시자에 더하여 신규 응시자를 불러들이는 것이고, 이는 사시의 문제점을 확대 재생산하면서 로스쿨 본연의 기능도 망치는 최악의 선택”이라고 지적했다. 법조인 양성 시스템에 대한 보다 근본적인 공론화 과정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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