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의 열악한 인권 상황이 북한 주민의 피해 차원을 넘어 지역 및 세계 안보에도 위협하는 심각한 국제문제임이 거듭 확인됐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는 10일(현지 시간) 미국 뉴욕 유엔본부에서 회의를 열고 북한 정권의 조직적이고 지속적인 인권 침해 문제를 정식 회의 안건으로 상정해 논의했다. 지난해 12월에 이어 두 번째다. 이날 안보리 순회 의장을 맡은 서맨사 파워 주유엔 미국 대사는 “북한의 심각한 인권 상황은 지구상에선 비교할 수 있는 나라가 없을 정도”라며 “안보리에서 북한 인권 문제를 다루는 건 이 문제가 세계 평화와 안보를 위협하는 사안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날 회의에서 중국은 “특정 국가의 인권 문제를 안보리에서 논의되는 건 합당치 않다”며 의제 상정을 반대했다. 이 때문에 찬반 의견을 묻는 절차투표를 진행했고 그 결과 찬성 9표(미국 영국 프랑스 칠레 요르단 리투아니아 말레이시아 뉴질랜드 스페인), 반대 4표(중국 러시아 베네수엘라 앙골라), 기권 2표(나이지리아 차드)로 가결됐다. 유엔 소식통들은 “의제 채택을 위한 절차투표에선 9표 이상의 찬성표가 필요한데 파워 대사와 미국이 북한 인권 이슈에 대해 중립적인 태도를 가진 말레이시아를 적극 설득해 찬성으로 돌려세우는 데 성공했기 때문에 이날 논의가 진행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파워 대사는 이날 회의에서 방청석에 앉아 있던 정광일 북한정치범수용소피해자가족협회 대표(52)와 미국시민권자인 그레이스 조 씨(24) 등 2명의 탈북자를 일으켜 세운 뒤 이들이 당한 인권 유린의 실태를 길게 설명하기도 했다. 탈북자가 안보리 정식회의에서 소개된 것도 처음 있는 일이라고 유엔 관계자들은 전했다.
자이드 라아드 알 후세인 유엔 인권최고대표는 “북한 주민 수백만 명이 기본적인 권리와 자유를 보장받지 못하고, 약 12만 명이 정치범 수용소에 갇혀 있다. 인권 유린 범죄를 광범위하게 자행하는 북한 책임자들을 국제형사재판소(ICC)에 회부해야 한다”고 말했다. 오버서 자격으로 회의에 참석한 오준 주유엔 한국대표부 대사도 “북한 인권 상황에서 어떤 의미 있는 변화가 보이지 않고 있다. 심각한 인권 침해는 계속되고 있으며, 어떤 경우에는 오히려 악화되고 있다”고 평가했다.
한편 파워 대사는 회의 뒤 한국 특파원단과 가진 인터뷰에서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의 방북 추진과 관련해 “직접 관여하고 있지 않기 때문에 구체적으로 말할 수 없지만 (방북은) 조건이 맞을 때 하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반 총장이 (북한의) 비핵화와 인권문제에 대해 열정적이고 강하게 대응하고 있는 걸로 알고 있다. 반 총장이 계속 (그 문제들을) 강하게 다루시길 바라고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유엔 안팎에선 이 발언을 “반 총장의 평양 방문이 북한의 의미 있는 변화를 이끌어내고 실질적 성과가 있어야 한다”는 의미로 받아들여졌다. 북한 정권의 이익에 휘둘리는 ‘보여주기식 방북’이 돼선 안 된다는 함의도 담긴 것으로 풀이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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