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의도 인사이드]의리 지킨 金, 재기 도운 崔… 2016년엔 정면 승부?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12월 12일 03시 00분


동지와 정적, 얽히고설킨 두사람

1일 국회에서 열린 예산 관련 긴급 당정회의에서 최경환 경제부총리(왼쪽)가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에게 귓속말을 하고 있다. 둘은 2007년 한나라당 대선 후보 경선 당시 원조 친박이었지만 이제는 당의 주도권을 놓고 경쟁을 벌여야 할 상황에 처했다. 전영한 기자 scoopjyh@donga.com
1일 국회에서 열린 예산 관련 긴급 당정회의에서 최경환 경제부총리(왼쪽)가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에게 귓속말을 하고 있다. 둘은 2007년 한나라당 대선 후보 경선 당시 원조 친박이었지만 이제는 당의 주도권을 놓고 경쟁을 벌여야 할 상황에 처했다. 전영한 기자 scoopjyh@donga.com
4·11 총선을 한 달여 앞둔 2012년 3월 10일 밤 서울 중구 힐튼호텔 바. 새누리당 김무성 의원(현 대표)과 최경환 의원(현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마주 앉았다. 분위기는 무거웠다. 김무성은 현역 의원 하위 25%를 공천에서 배제하는 ‘컷오프 룰’에 걸려 낙천당한 상태였다. 이명박 정부 심판론이 거센 상황에서 선거 전망은 어두웠다.

최경환이 어렵게 침묵을 깼다. “형님이 탈당하면 당이 큰 타격을 입습니다. 형님이 죽겠다는 결심을 해야 당이 살고 장기적으로 형님도 살 수 있습니다. 공천 결과에 무조건 승복해주세요.”

김무성은 “이렇게 억울하게 물러나라는 거냐. 당신 충정은 잘 알겠다. 고민해 보자”고 했다. 이미 낙천한 비박(비박근혜)계 의원들은 김무성을 중심으로 탈당 후 신당 창당에 나서기로 했다. ‘디데이’가 임박했다는 말도 돌았다. 보수 세력 분열이 기정사실화된 상황에서 최경환이 마지막 설득에 나선 것이다.

이틀 뒤 김무성은 총선 불출마와 함께 백의종군을 선언한다. 당시 이정현 의원(현 최고위원)은 “난 앞으로 무조건 김무성 편이다. 김무성 욕하는 놈은 내가 가만두지 않겠다”고 말했다. 친박(친박근혜)계가 그만큼 김무성의 헌신에 감동한 것이다.

최경환도 의리로 보답했다. 총선이 끝난 뒤 야인이 된 김무성을 경기 고양시 행주산성 부근으로 불러내 낮부터 늦은 밤까지 술잔을 기울였다. 김무성의 적적함을 달래주기 위해서였다.

김무성의 정치적 재기를 도운 이도 최경환이다. 그해 10월 박근혜 대선후보의 지지율이 하강 곡선을 그리자 당에선 박 후보 측근 퇴진 요구가 빗발쳤다. 최경환 당시 후보 비서실장이 총대를 멨고 박 후보에게 “김무성을 중용해 달라”고 여러 차례 호소했다. 처음에 난색을 표하던 박 후보는 ‘탈박(脫朴)’으로 분류되던 김무성을 총괄선대본부장으로 세웠다.

2007년 한나라당(현 새누리당) 대선후보 경선 때부터 두 사람은 ‘원조 친박’으로 손발을 맞춰왔다. 당시 친박의 좌장은 김무성이었다. 하지만 김무성이 2009년부터 박 대통령과 서먹해지면서 좌장 자리는 최경환 차지가 됐다. 지난해 7월 전당대회에서 김무성이 당권을 쥐자 당내 주류인 친박계와 충돌이 잦았다. 자연히 최경환과도 껄끄러운 사이가 됐다.

그런 두 사람이 9일 저녁 ‘소맥(소주와 맥주를 섞은 술) 회동’을 했다. 오해를 풀고 당내 화합을 위한 자리였다고 한다. 하지만 두 사람이 흉금을 털어놓고 화합할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회의적인 시각이 많다. 최경환의 당 복귀가 이뤄지면 필연적으로 친박계와 비박계는 일전(一戰)을 벌일 수밖에 없다는 것.

국회의장, 당대표, 원내대표 등 당내 경선에서 비박계에 번번이 밀린 친박계는 내년 총선을 통해 당내 주도권을 되찾겠다고 벼르고 있다. 내년 당대표 경선과 내후년 대선후보 경선에서 밀리지 않으려면 친박계가 대거 당선되어야 한다. 친박계는 최경환을 차기 당대표 후보로 내세우려고 할 가능성이 높다.

차기 대선후보를 염두에 두고 있는 김무성도 더이상 밀릴 수 없다. 가뜩이나 당청 관계의 주도권을 청와대에 뺏긴 상황에서 공천 룰 등 현안을 두고 또다시 후퇴한다면 비박계의 이탈이 가속화되기 때문이다.

친박과 비박을 짊어진 두 사람이 힘을 합친다면 새누리당의 ‘선거 연승 방정식’은 쉽게 풀릴지도 모른다. 하지만 4년 전처럼 ‘싸나이 의리’로 의기투합하기에는 두 사람의 정치적 꿈과 무게감이 너무 커진 것 같다.

이재명 기자 egija@donga.com
#김무성#최경환#새누리당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