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일 새정치민주연합을 탈당한 안철수 의원은 전날 문재인 대표에 대해 쌓인 감정을 이같이 토로했다. 그는 서울 노원구 상계동 자택을 찾은 박병석 의원에게 “혁신 전당대회를 국민 앞에서 얘기했기 때문에 문 대표가 받지 않으면 방법이 없다”며 문 대표가 자신을 ‘새누리당 프레임’이라고 언급한 것을 떠올리며 거듭 불쾌감을 드러낸 것이다.
안 의원과 가까운 송호창 의원이 11일 “안 의원이 탈당으로 마음을 굳혔다”고 밝히면서 문 대표 측에는 비상이 걸렸다. 12일 ‘통합행동’, ‘구당모임’ 의원들도 안 의원의 탈당을 만류하는 성명을 연이어 발표했다. 의원들은 이날 오후 8시 반부터 긴급 의원간담회를 열어 “안 의원의 탈당 철회와 문 대표의 당 갈등 해결에 대한 무한 책임을 요구한다”는 호소문을 채택했다. 또 안 의원에게 의원단을 급파해 설득 작업을 벌였다. 박병석 의원 등 3명은 안 의원의 자택에서 오후 11시 45분부터 다음 날 오전 1시까지 탈당을 만류했다.
그러나 안 의원은 흔들리지 않았다. 그는 “내가 또 (문 대표에게) 이용만 당하는 것 아니냐”며 “혁신 전대를 받지 않는 상태에서 문 대표와 만나는 건 의미가 없다”고 했다. “일단 두 사람이 만나라”라는 의원들의 권유에도 “둘이 얘기하면 또 다른 말이 나오니 공개적으로 해야 한다”고도 했다. 문 대표를 더 이상 믿기 어렵다는 것이다. 안 의원을 만난 한 의원은 “두 사람의 불신의 골이 깊어도 너무 깊었다”고 전했다.
이 때문에 문 대표는 안 의원을 찾아가는 것을 망설였다. 하지만 박 의원이 문 대표에게 연락해 “일단 출발해라. 그 사이 안 의원을 설득하겠다”고 하자 비로소 13일 오전 1시경 안 의원의 자택에 도착했다. 문 대표는 문 앞에서 50분가량 기다렸지만 집 안으로 들어가지 못했다. 문 대표가 자리를 뜨려는 순간, 안 의원이 문을 열고 나왔다. 둘의 대화는 짧았고 악수를 한 뒤 헤어졌다.
“문자나 전화 합시다.”(문 대표)
“네. 아침에 맑은 정신에….”(안 의원)
오전 11시로 예정된 안 의원의 탈당 기자회견을 앞두고 문 대표는 최후의 카드를 던졌다. 전날 통합행동이 “문 대표, 안 의원 등 여러 인사가 혁신을 갖고 경쟁하는 전대를 하자”고 제안한 중재안을 받을 수 있다고 한 것. 문 대표와 안 의원은 오전 10시 15분경 13분 정도 통화했지만 접점을 찾지 못했다. 안 의원은 오전 11시 국회 정론관에서 탈당 기자회견을 한 뒤 “문 대표께 지금 당이 어떤 위기 상황인지 설명했고 특단의 대책이 필요하다고 했다”며 “그럼에도 설득하는 데 실패했다”고 말했다. 문 대표가 ‘마이 웨이’를 고집하면서 탈당할 수밖에 없었다는 얘기다. 안 의원 측 관계자는 “기자회견 직전인 10시 49분까지 문 대표가 ‘혁신 전대를 받겠다’고 하는 연락을 기다렸다”며 “연락이 왔다면 기자회견도 안 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문 대표 측은 “통합행동의 중재안과 혁신 전대가 무엇이 다르냐”고 반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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