安 “文 비공개로 만나면 딴소리” 불신… 오전 1시경 찾아온 文에 “아침에 보자”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12월 1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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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철수 탈당]탈당 회견까지 긴박했던 1박2일

“생각이 다르다고 어떻게 나를 새누리당이라고 그러느냐.”

13일 새정치민주연합을 탈당한 안철수 의원은 전날 문재인 대표에 대해 쌓인 감정을 이같이 토로했다. 그는 서울 노원구 상계동 자택을 찾은 박병석 의원에게 “혁신 전당대회를 국민 앞에서 얘기했기 때문에 문 대표가 받지 않으면 방법이 없다”며 문 대표가 자신을 ‘새누리당 프레임’이라고 언급한 것을 떠올리며 거듭 불쾌감을 드러낸 것이다.

안 의원과 가까운 송호창 의원이 11일 “안 의원이 탈당으로 마음을 굳혔다”고 밝히면서 문 대표 측에는 비상이 걸렸다. 12일 ‘통합행동’, ‘구당모임’ 의원들도 안 의원의 탈당을 만류하는 성명을 연이어 발표했다. 의원들은 이날 오후 8시 반부터 긴급 의원간담회를 열어 “안 의원의 탈당 철회와 문 대표의 당 갈등 해결에 대한 무한 책임을 요구한다”는 호소문을 채택했다. 또 안 의원에게 의원단을 급파해 설득 작업을 벌였다. 박병석 의원 등 3명은 안 의원의 자택에서 오후 11시 45분부터 다음 날 오전 1시까지 탈당을 만류했다.

그러나 안 의원은 흔들리지 않았다. 그는 “내가 또 (문 대표에게) 이용만 당하는 것 아니냐”며 “혁신 전대를 받지 않는 상태에서 문 대표와 만나는 건 의미가 없다”고 했다. “일단 두 사람이 만나라”라는 의원들의 권유에도 “둘이 얘기하면 또 다른 말이 나오니 공개적으로 해야 한다”고도 했다. 문 대표를 더 이상 믿기 어렵다는 것이다. 안 의원을 만난 한 의원은 “두 사람의 불신의 골이 깊어도 너무 깊었다”고 전했다.

이 때문에 문 대표는 안 의원을 찾아가는 것을 망설였다. 하지만 박 의원이 문 대표에게 연락해 “일단 출발해라. 그 사이 안 의원을 설득하겠다”고 하자 비로소 13일 오전 1시경 안 의원의 자택에 도착했다. 문 대표는 문 앞에서 50분가량 기다렸지만 집 안으로 들어가지 못했다. 문 대표가 자리를 뜨려는 순간, 안 의원이 문을 열고 나왔다. 둘의 대화는 짧았고 악수를 한 뒤 헤어졌다.

“문자나 전화 합시다.”(문 대표)

“네. 아침에 맑은 정신에….”(안 의원)

오전 11시로 예정된 안 의원의 탈당 기자회견을 앞두고 문 대표는 최후의 카드를 던졌다. 전날 통합행동이 “문 대표, 안 의원 등 여러 인사가 혁신을 갖고 경쟁하는 전대를 하자”고 제안한 중재안을 받을 수 있다고 한 것. 문 대표와 안 의원은 오전 10시 15분경 13분 정도 통화했지만 접점을 찾지 못했다. 안 의원은 오전 11시 국회 정론관에서 탈당 기자회견을 한 뒤 “문 대표께 지금 당이 어떤 위기 상황인지 설명했고 특단의 대책이 필요하다고 했다”며 “그럼에도 설득하는 데 실패했다”고 말했다. 문 대표가 ‘마이 웨이’를 고집하면서 탈당할 수밖에 없었다는 얘기다. 안 의원 측 관계자는 “기자회견 직전인 10시 49분까지 문 대표가 ‘혁신 전대를 받겠다’고 하는 연락을 기다렸다”며 “연락이 왔다면 기자회견도 안 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문 대표 측은 “통합행동의 중재안과 혁신 전대가 무엇이 다르냐”고 반박했다.

황형준 constant25@donga.com·한상준 기자
#새정치민주연합#안철수#탈당#문재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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