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하늘에서 보낸 ‘YS 연하장’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12월 15일 03시 00분


‘인쇄 앞두고 서거’ 본보 보도뒤… 카드社대표 “情 전하고 싶다”
초안 살려 7500장 발송하기로

14일 오후 서울 중구 장충동의 한 인쇄소에서 김영삼 전 대통령 이름으로 보내는 신년 연하장이 제작되고 있다. 홍진환 기자 jean@donga.com
14일 오후 서울 중구 장충동의 한 인쇄소에서 김영삼 전 대통령 이름으로 보내는 신년 연하장이 제작되고 있다. 홍진환 기자 jean@donga.com
“올해 보내지 못한 아버님의 연하장입니다.”

컴퓨터 파일로만 남아 있던 김영삼(YS) 전 대통령의 연하장이 마침내 세상의 빛을 보게 됐다. 주인이 지난달 세상을 떠났음에도 김 전 대통령의 신년 연하장이 나온 건 한 업체의 숨은 노력 덕분이다.

애초 지난달 제작 예정이었던 ‘YS 연하장’은 지난달 22일 김 전 대통령이 서거하면서 작업이 중단됐다(본보 11월 24일자 A4면 참조). 매년 연말이면 김 전 대통령이 주변 이웃에게 보내던 연하장은 특유의 ‘정(情)’을 보여주는 상징 중 하나다.

주인이 세상을 떠나면서 중단된 YS 연하장 제작이 다시 결실을 맺게 된 건 ‘보자기카드’ 이왕수 대표의 공이 컸다. “김 전 대통령의 연하장을 기다리는 이웃에게 정을 전하고 싶다”는 이 대표의 뜻이 본보를 통해 김상학 전 비서관(1992년부터 YS 보좌)에게 전달되면서 연하장 제작이 성사된 것이다. 제작비용은 모두 업체 측이 부담했다.

14일 인쇄된 YS 연하장은 새해 인사와 함께 감사의 의미를 담고 있다. 봉투를 열면 나오는 한지(韓紙)에는 김 전 대통령 유가족 일동이 쓴 감사의 메시지가 담겼다. “아버님의 영전에 국민 여러분께서 보내주신 사랑을 영원히 잊지 않겠다” 등의 내용이 쓰였다. 한지 안에 담긴 연하장은 지난달 디자인한 초안과 사진도 문구도 동일하다. 다만 ‘올해 보내지 못한 아버님의 연하장입니다’라는 문구가 연하장 귀퉁이에 조그맣게 추가됐다.

제작 규모도 당초 4800장에서 7500장으로 늘렸다. 매년 연하장을 보내던 외국 유명 인사, 이웃 외에도 국가장 장례위원, 조문객 등을 새로 명단에 추가했다. 인쇄 직전까지 연하장 속 사진 해상도를 손댈 정도로 공을 들였다. YS의 마지막 연하장은 이번 주에 발송될 예정이다.

강홍구 기자 windup@donga.com
#김영삼#연하장#인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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