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일 오전 새누리당 긴급 의원총회가 열리고 있는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회의장. 원유철 원내대표와 함께 정의화 국회의장 면담을 마치고 돌아온 조원진 원내수석부대표가 마이크를 잡았다. 목소리는 격앙돼 있었다.
“제2의 IMF(국제통화기금) 사태가 터지고 의장이 손 흔들어 봐야. 지금 상황을 어려운 상황이 아니라고 하는 의장이 있으니….”
김무성 대표가 다급하게 제지하고 나섰다. 김 대표가 “공개 석상에서 발언하지 말라. 지금 의장을 자극해서 좋을 게 뭐 있느냐”고 했지만 소용이 없었다.
조 수석부대표는 이어 “국회 법제사법위원장이 논의 자체를 거부하는 사태를 입법 거부 사태라고 안 볼 수 있느냐”며 “직권상정의 폭을 넓히고 여야가 합의 못 하면 의장이 결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일부에선 “의장 해임건의안을 내자”는 목소리도 나왔다.
조 수석부대표는 청와대 기류에 밝은 대표적 친박(친박근혜)계다. 박근혜 대통령은 이날 수석비서관회의에서 “국회가 법안들에는 관심을 기울이지 않고 있고, 국민과 민생을 외면하고 있다”고 직격탄을 날렸다. 박 대통령의 ‘뜻’을 받들어 조 수석부대표가 총대를 멨다는 관측이 나왔다. 80여 명이 참석한 의총장 곳곳에서 “옳소”라는 말이 나왔다. 김 대표는 불편한 듯 눈을 질끈 감아 버렸다.
앞서 정 의장은 쟁점 법안도 15일 본회의에 직권상정해야 한다는 여당 원내지도부의 주장에 대해 “국회법에 대한 이해가 낮아서 하는 소리”라며 “법안은 법적으로 (직권상정을) 할 수 없다”고 선을 그었다. 법안은 선거구 획정과 달리 국가비상사태로 규정할 수 없다는 것.
이날 의총은 2시간 가까이 진행됐지만 주요 쟁점 법안의 처리를 위한 돌파구는 찾지 못했다. 새정치민주연합도 이날 의총을 열긴 했지만 테러방지법에 반대하는 목소리 외에는 주로 당내 분란 대응에 초점이 모아졌다고 한다. 15일 본회의에서 쟁점 법안이 처리될 가능성은 희박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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