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中 위안화·美 금리 쓰나미, 정부와 국회는 보고만 있나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12월 16일 00시 00분


중국 런민은행이 연일 위안화 가치 하락을 유도하면서 달러 대비 위안화 환율이 15일 달러당 6.4559위안으로 2011년 7월 이래 최고치로 올랐다. 세계가 다시 ‘환율 전쟁’에 휩싸이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여기에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가 17일 새벽 2006년 이후 9년 만에 금리를 인상하고 유가 하락이 지속되면 글로벌 경제에 ‘삼각 쓰나미’가 닥칠 것이라는 공포감이 커지고 있다. 안팎의 경제상황이 급박하게 돌아가는데 야당은 구조개혁 법안의 발목을 잡고 정부는 국회만 탓하고 있어 코앞에 다가온 경제 위기에 기민하게 대처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미국 금리 인상이 임박한 14일 일본 한국 인도네시아 등 아시아 증시가 급락하고 환율이 급변동하면서 국제 금융시장이 요동쳤다. 미국의 금리 인상으로 신흥국에서 자본의 대탈출이 일어나면 1997년 동남아에서 시작한 외환위기가 재발할 수 있다는 불안감이 짙다. 다행히 15일 코스피와 코스닥은 반등했지만 최근 원유를 비롯한 원자재가격 하락으로 러시아 베네수엘라 브라질 같은 신흥국들의 경제가 파탄 지경에 이르러 바깥 상황은 20년 전보다 훨씬 나쁘다.

중국이 위안화 절하에 나선 것은 불확실성을 더 키운다. 중국은 14일 위안화 환율을 달러화 대신 주요 13개국 통화를 포함한 ‘통화 바스켓’에 연동하겠다고 밝혔다. 미국 금리 인상을 앞두고 위안화의 동반 강세를 막아 수출 가격 경쟁력을 확보하려는 것이다. 위안화가 절하되면 한국은 중국 제품과의 가격 경쟁에서 불리해지고 원화가 위안화와 동조 현상을 보일 경우 한국 증권시장에 악재로 작용할 것으로 예상된다.

박근혜 대통령은 14일 수석비서관회의에서 “공급과잉 업종을 구조조정하지 않으면 전체적으로 큰 위기에 빠지게 되고 그것은 대량 실업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청와대 현기환 정무수석비서관은 어제 정의화 국회의장을 만나 “선거법 이전에 노동개혁법안과 경제활성화법안을 먼저 직권 상정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야당은 내분에 휩싸여 국회와 민생을 내팽개쳤다. 도대체 노동개혁 5법과 기업활력제고특별법 처리를 언제까지 외면하겠다는 것인가.

그러나 정부가 국회 탓만 해서는 절박함이 느껴지지 않는다. 이한구 새누리당 의원은 최근 언론 인터뷰에서 “국회 비협조로 못한다는 핑계는 그만하고 정부가 할 수 있는 일을 제대로 해야 한다”고 일갈했다. 14일 서울 동국대를 찾아간 이기권 고용노동부 장관은 대학생들로부터 “정부의 노동시장 개혁은 노동개악”이라는 말을 들었다. 정부가 청년고용을 위해 노동개혁을 한다면서 청년들조차 설득하지 못했다는 방증이다. 미국 유럽 중국 일본 등 강대국들이 각자 자국의 이익을 위해 전력투구하는 세계 경제의 혼란기에 한국의 정치 리더십은 서로 남 탓만 하고 있으니 앞이 보이지 않는다. 경제난국을 극복할 최종 책임은 결국 정부에 있다.
#중국#위안화#미국#금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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