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퇴근 시간이면 길이 막히는 평양 거리, 고층 건물이 즐비한 미래과학자 거리, 대규모 워터파크인 문수 물놀이장….
최근 북한 매체를 통해 보도된 이런 평양의 모습은 김정은 시대의 키워드인 ‘경제’와 맞물려 눈길을 끌고 있다. 김정일 시대와 두드러진 차이점이다. 이는 시장 활성화 덕분이라는 관측이 많다.
경제가 파탄 난 상황에서 김정은 시대 북한은 시장 매매 행위 허용, 협동농장의 분조(分組) 인원 축소 등 시장을 용인하는 조치를 취해왔다. 북한에는 현재 380여 개의 장마당(종합시장)이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통일부가 탈북자를 대상으로 조사한 바에 따르면 2011∼2013년 ‘시장을 이용했던 경험이 있다’는 답변이 97.8%에 달했다. ‘직접 장사를 한 적이 있다’는 응답도 25.3%나 됐다.
이석기 산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국가가 휴대전화 사업을 독점하고, 고급 상점을 여는 등 시장에 ‘투자자’로 뛰어든 것처럼 보인다”며 “이를 통해 달러를 회수해 재정을 충당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 때문에 김정은 체제에 대한 불만은 줄어들고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하지만 시장은 양날의 칼이다. 시장 확대로 ‘돈주’(신흥 부유층)들이 등장하면서 양극화 현상도 심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중국을 방문한 대북소식통은 “나선 중국은행 관계자가 ‘몸뻬 바지를 입은 중년여성이 중국은행에 50만 위안(약 9000만 원)을 맡기고 가더니 일주일 뒤 다시 50만 위안을 더 맡겼다’는 일화를 전하더라”고 말했다. 빈부 격차가 커지면 김정은 체제를 위협하는 악재가 될 수 있다. 경제 체질에 대한 근본적 개선이 없을 경우 한계가 뻔하다는 것이다. 조동호 이화여대 북한학과 교수는 “북한 경제가 발전해야 통일 비용과 사회적 갈등을 줄일 수 있다”며 “우리 대북정책도 이에 맞춰 진화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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