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부는 16일 ‘2016년 경제정책방향’을 내놓으면서 수도권 규제 완화 등 그동안 손대지 않던 민감한 정책들에 드라이브를 걸어 확장적 정책 기조를 내년에도 이어가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내년 초 ‘소비 절벽’이 우려되고, 세계 경기 위축으로 수출 부진이 계속될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에서 어떻게 해서든 성장의 불씨를 살리겠다는 것이다. 일각에서는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주도해온 확장적 경기부양책, 즉 ‘최노믹스’의 완결판이라는 평가도 나온다. 》
다만 정부는 내년에 재정 투입보다 규제 완화, 물가정책 변화, 대규모 농지 해제 등을 통해 경기를 띄운다는 구상을 하고 있다. 정부 관계자는 “경기를 살리면서 구조개혁도 이루는 것이 목표”라고 밝혔다. ○ “경제 정상 성장궤도로 복귀”
정부가 내년도 경제 활성화를 위해 핵심으로 내세운 정책은 일본의 ‘국가전략특구’를 벤치마킹한 ‘규제 프리 존(free zone)’이다. 수도권을 제외한 14개 시도의 전략산업에 대해 핵심 규제를 풀어주겠다는 것이다. 울산의 3차원(3D) 프린팅, 전남의 드론, 강원의 스마트 헬스케어처럼 각 시도가 2개씩(세종시는 1개) 전략사업을 정하면 정부가 해당 분야의 민감한 규제를 풀 뿐 아니라 재정·세제·금융·인력·입지 지원도 한 번에 해결해준다는 것이다. 현재와 같은 ‘나눠 먹기식’ 지방 지원으로는 지역경제를 살리는 데 한계가 있다는 판단에 따라 ‘선택과 집중’을 하겠다는 전략이다.
이와 함께 각종 환경 및 군사 관련 규제가 중첩돼 있는 경기 동북부 지역의 수도권 규제를 단계적으로 풀 방침이다.
한국은행의 고유 영역으로 여겨왔던 물가 관리에도 정부가 적극적으로 관여한다. 0%대 저물가가 이어지면서 국민들이 체감하는 경기가 급속도로 악화되자 물가가 반영된 ‘경상성장률’을 관리하겠다고 나선 것이다. 적정 수준의 인플레이션을 유도함으로써 소비자들의 지갑을 열고, 세수도 더 확보할 수 있다는 판단이다.
식량주권을 이유로 1992년부터 23년간 엄격히 유지해왔던 농업진흥지역을 대폭 해제하기로 한 것도 유효수요 창출을 위한 조치다. 정부는 내년에 전체 농업진흥지역의 10%에 해당하는 10만 ha의 땅을 농업진흥지역에서 해제하거나 규제를 완화해 임대주택 용지로 활용할 계획이다.
최 부총리는 이날 담화문을 통해 “지도에 없는 길을 헤쳐 나가려면 발끝이 아니라 눈을 들어 목표를 보고 걸어야 한다”며 “경제정책방향을 통해 경제를 정상 성장궤도로 복귀시키고 경제 체질을 바꾸겠다”고 밝혔다. ○ 파급 효과는 “글쎄”
이 정책들이 성과를 내려면 국회라는 관문을 넘어야 한다. 경기 동북부 규제 완화의 경우 개발예정 도시를 수도권정비계획법 시행령의 ‘성장관리권역’, ‘자연보전권역’에서 제외하는 것만으로 문제가 해결된다. 하지만 해묵은 수도권 규제 완화를 풀기 위해 그 외의 지역에 ‘당근’으로 제시한 규제 프리 존 도입은 특별법 제정 사안이다. 국내 기업의 해외 이전 지원정책도 국내 고용 감소 우려가 있는 만큼 입법 과정에서 치열한 찬반 논쟁이 예상된다.
법령 개정 사안은 아니지만 추진 과정에서 부처 간, 혹은 민간과의 갈등이 예상되는 정책도 있다. 정부의 경상성장률 관리는 물가정책 주무 기관인 한국은행의 독립성과 맞물려 논란이 일 수 있다. 저숙련 외국인 근로자에 쿼터 제한을 두는 방안에 대해서는 중소기업계가 구인난을 이유로 반발할 공산이 크다.
일각에선 이 정책들이 제대로 추진돼도 경제 활력을 끌어올리는 데에는 역부족일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규제 프리 존의 모델인 일본의 ‘국가전략특구’에는 도쿄권이 포함됐지만 한국에서는 수도권이 제외됐다. 또 경기 동북부에 공장 신·증설을 허용하면서 ‘수도권 공장총량제(매년 공장건축 면적을 총량으로 설정해 건축을 제한하는 제도)’ 등 수도권 규제의 근간은 건드리지 않아 한계가 있다는 것도 문제다.
심교언 건국대 교수(부동산학)는 “수도권 규제 완화가 시급한 곳은 수도권 동북부가 아닌 남부권”이라며 “미국 일본 등 선진국들은 경쟁력을 강화하는 쪽으로 변화하고 있는데 한국만 홀로 수도권 규제를 붙들고 있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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