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의 최근 대외 접촉 2건이 같은 날인 12일 무산됐다. 남북 차관급 당국회담은 이틀간의 탐색전 끝에 결렬됐다. 북한 모란봉악단의 북-중 ‘외교활동’은 리허설만 한 차례 마친 뒤 긴급 철수로 막을 내렸다.
둘 다 이해하기 어려운 북한의 돌발적인 행보가 깔려 있다는 공통점이 있지만 사후 처리 과정에선 큰 차이를 보였다. 모란봉악단 공연 취소 배경을 두고 각종 추측이 난무했지만 북한과 중국 정부는 굳게 입을 다무는 ‘자제 모드’를 보였다. 이와 달리 북한은 당국회담이 결렬된 뒤 ‘폭로전’ 양상으로 들어가며 한국 정부에 책임을 떠넘겼다. 헤어진 뒤의 자제 모드는 향후 서로의 협력과 지원을 필요로 하고 있다는 뜻이지만 폭로전은 당분간 서로를 원하지 않는다는 것으로 읽히는 법이다.
당국회담 결렬 이후 접점을 찾지 못한다면 남북관계는 악순환의 고리에 빠질 가능성이 높다. 남북관계는 1년을 주기로 비슷한 흐름이 지속된다. 이런 식이다. 북한은 1월 1일 신년사에서 남북관계 개선 의지를 보이지만 2월 이후 한미 연합 군사훈련을 계기로 비난 공세에 나선다. 북한은 6월에는 6·15공동선언을 계기로 대화 공세를 재개한다. 그러면 한국 정부는 이리저리 재다가 8월 광복절 대통령 축사로 북한에 태도 변화를 촉구한다. 북한은 다시 한미 연합 군사연습인 을지프리덤가디언(UFG)을 이유로 대남 비난에 나선 뒤 9월 정권 창건, 10월 노동당 창건 등 내부 행사에 돌입한다. 빈틈을 찾기 힘든 구조인 셈이다.
게다가 2016년에는 한국에선 4월 총선, 북한에선 5월 7차 노동당대회 등 별도의 굵직한 일정이 있다. 하반기부터 대선 국면으로 접어들면 남북관계 실종 사태가 발생할 수도 있다. 박근혜 대통령이 강조한 ‘통일 대박’이나 통일외교는 힘을 받기 어렵다. 그러다 보면 북한은 한국을 외면하고 중국과의 관계 개선과 지원에 매달릴 가능성이 크다. 악단의 공연과 남북 당국회담을 같은 선상에 두고 비교하는 게 적절치는 않다. 하지만 북한의 다른 대응이 나타난 이유는 이런 시나리오를 염두에 뒀기 때문일 가능성에도 주목해야 한다.
이번 차관급 당국회담의 결렬 원인은 일차적으로 북한이 금강산관광 재개에 집착했기 때문이다. 정부가 금강산관광 재개와 이산가족 문제 해결을 분리론으로 접근한 것과 달리 북한이 연계론으로 접근했고, 그 간격을 좁히지 못한 것이다. 하나 짚어볼 대목은 금강산관광 재개를 막무가내로 요구하는 북한의 태도는 이미 예상되던 사안이라는 점이다. 정부의 전략 부재 논란이 나오는 이유다.
진정으로 이산가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우리가 연계론을 활용하는 ‘역습’으로 접근하면 어떨까. 북측이 ‘근본적인 문제’라고 표현한 금강산관광을 재개할 테니 이산가족 생사 확인을 전면적으로 하고, 매달 100명씩 상봉하고, 매일 100명씩 화상 상봉을 하자고 제안하는 방식 말이다. 북한이 호응하지 않으면 금강산관광을 중단하는 장치를 갖추는 가운데 말이다. 금강산관광의 걸림돌인 신변 안전보장 문제는 후속 실무접촉에서 해결하면 될 일이다. 그러면 역대 정권이 해결하지 못했던 이산가족 문제를 푸는 단초를 마련할 수 있지 않을까.
틀을 깨는 접근을 해야 새로운 해법을 찾을 수 있다. 남북관계 개선과 평화적인 통일이라는 근본적인 상부 구조와 비교해보면 금강산관광과 이산가족 문제는 하나의 하부 구조에 지나지 않을 것이다. 하부 구조에만 얽매이면 상부 구조는 건드릴 수 없다. 아래로 따뜻한 물이 흘러야 위에 있는 얼음장도 녹는 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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