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류하고 있는 선거구 획정과 쟁점 법안 처리를 놓고 정의화 국회의장의 선택이 주목받고 있다. 정 의장이 16일 기자간담회에서 직권상정 대상의 분리 대응 방침을 밝혀서다. 정 의장은 선거구 획정안은 연말까지 합의가 안 되면 직권상정 수순을 밟겠지만 청와대가 공을 들이는 노동개혁 법안과 경제활성화 법안은 “대상이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청와대와 여야의 셈법은 복잡해졌다. 현기환 대통령정무수석비서관이 “선거구 획정만 직권상정하면 ‘밥그릇 챙기기’라는 비판이 나올 것”이라고 지적하자 정 의장은 “저속하다”고 받아쳤다. 야당은 쟁점 법안의 직권상정에 대해선 정 의장과 함께 ‘반대’하고 있다. 그러면서도 선거구 획정은 ‘빅딜’ 가능성을 열어 놓고 있다.
○ 선거 연령 하한선 인하가 물꼬 틀 수도
정 의장은 현행 ‘지역구 246석, 비례대표 54석’을 유지하는 방안을 적극 검토하고 있다. 의석이 유지되더라도 지역구 경계 조정은 불가피하다. 농어촌 지역구의 통폐합이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농어촌 지역구 여야 의원들의 반발이 거셀 경우 본회의에서 관련 개정안 통과는 어려워진다.
대안으로 검토되는 ‘플랜B’는 ‘지역구 253석, 비례대표 47석’이다. 여야가 대표 협상을 거쳐 공감대를 형성한 안이다. 야당이 주장하는 연동형 비례대표제에 대해 정 의장과 여당은 “안 된다”고 손을 잡았다.
문제는 선거 연령 하한선을 현행 만 19세에서 18세로 낮추자는 야당의 요구다. 야당은 “직권상정은 절대 안 된다”면서도 선거 연령 하한선 인하를 협상의 지렛대로 삼을 수 있다는 뜻을 내비치고 있다. 여당은 만 18세에서 고교생은 제외하고 적용 시점도 내년 총선이 아닌 2017년 대선부터 도입하는 절충안을 검토 중이다. 여야가 선거 연령 문제로 접점을 찾으면 선거구 획정의 돌파구가 열릴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는 이유다.
○ 쟁점 법안 처리는 불투명
여권이 추진하는 ‘경제활성화법’ 등은 정 의장의 직권상정 거부로 연내 처리가 더욱 불투명해졌다. 안철수 의원의 탈당으로 야당의 내홍이 계속되면서 법안 논의가 사실상 올스톱된 상태여서다. 청와대와 여당이 ‘입법 비상사태’라며 정 의장을 압박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새누리당은 이날 의원총회에서 정 의장에게 쟁점 법안의 심사기간 지정을 촉구하는 결의서를 채택했다. 대상 법안은 △경제 활력 제고를 위한 특별법(원샷법)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 △테러방지법 △북한인권법 △노동개혁 5법이다.
원내지도부가 결의서를 전달하기 위해 정 의장을 직접 찾아갔지만 정 의장이 5분여 만에 의장실을 박차고 나오는 험악한 분위기도 연출됐다. 정 의장은 “지금 법 테두리에서 의장이 직권상정할 수 없다는 걸 뻔히 알면서 이러면 안 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대통령정무특보를 지낸 윤상현 의원은 “국회의장만 살고 국회가 죽으면 의장이 설 자리가 어디냐”며 “길이 없으면 길을 만들어 가는 게 책임 있는 정치”라고 주장했다.
다만 야당과의 협상 여지는 남아 있다. 이날 새정치민주연합 비공개 최고위원회의에서 문재인 대표는 “어떤 법을 ‘재벌특혜법’이라는 식으로 규정짓고 논의 자체를 거부한다면 반기업 집단처럼 비칠 수 있다”며 “문제 조항을 들어낸 뒤 처리할지 논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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