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산 1년 맞아 정치세력화 시도… 민노총과 연합정당 결성 움직임
김재연-이상규-김미희 등 출마 채비
지난해 12월 19일 헌법재판소의 위헌 정당 결정으로 해산된 옛 통합진보당 세력이 해산 1주년을 맞아 다시 정치 세력화를 꾀하고 있다. 이들은 내년 4월 총선을 계기로 민노총 등과 함께 진보 진영 연합 정당을 만들어 현실 정치에 다시 진출하겠다는 계획을 세운 것으로 알려졌다. 헌재의 위헌 결정을 받은 반(反)헌법적 정치 세력이 우회로를 통해 다시 정치 세력화에 나서는 것은 부적절하다는 비판이 나온다.
야권의 한 인사는 17일 “통진당 세력이 한때 예전의 전국 조직을 기반으로 간판만 바꾼 사실상의 재(再)창당 또는 신당 창당을 추진했지만 현실적인 문제를 고려해 민노총 등 진보 진영과 연합해 원내 진출을 시도하는 우회 정당 창당으로 방향을 바꿨다”고 말했다.
민노총이 옛 통진당 세력과 함께 범진보 진영을 아우르는 선거 연합 정당을 구성한다는 징후는 곳곳에서 포착된다. 홍성규 전 통진당 대변인 등이 진행하는 팟캐스트 방송에 따르면 민노총은 지난달 26일 중앙집행위원회를 열고 “노동 개악 저지와 노동자 계급의 정치 세력화를 위해 이에 동의하는 세력은 누구도 배제하지 않는 선거 연합 정당으로 총선을 돌파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통진당 세력이 선거 연합 정당의 한 축을 맡게 됐다는 것을 분명히 한 것으로 해석된다.
이 방송은 특히 “선거 연합 정당은 대외적으로는 하나의 정당 형식을 취하지만 내부적으로는 독자성과 고유성을 인정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당내에서 통진당 세력의 정체성을 보장하겠다는 뜻이다. 중앙집행위원회는 위원장 부위원장 사무총장 등 임원과 16개 가맹 조직 대표, 16개 지역 본부 대표로 구성되는 민노총의 최고 의사 결정기구다.
또 다른 야권 관계자는 “중앙집행위원회의 결정은 통진당과 정치 성향이 유사한 NL(민족해방)계가 중심이 된 민노총 정치위원회가 7차례의 회의를 거쳐 중앙집행위원회에 제출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민노총 박성식 대변인은 “그와 같은 논의가 진행된 것은 맞지만 최종 확정된 것은 아니다”라고 해명했다.
민노총 내부 논의와는 별개로 옛 통진당 주요 인사들은 대외 활동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내란음모죄로 구속 수감 중인 이석기 전 의원 등은 신당이 추진되더라도 직접 참여하기는 어렵지만 재판이 진행 중인 인사들 중 상당수는 총선 출마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김재연 전 의원은 9월부터 인터넷 방송인 아프리카 TV에 ‘김재연의 서른쯤에’라는 방송을 개설했다. 그는 경기 의정부을 출마설이 나오고 있다. 정태흥 전 서울시당 위원장과 함께 팟캐스트 방송을 진행하고 있는 홍성규 전 대변인은 이미 총선 출마를 선언했고, 또 김미희 이상규 전 의원 등도 내년 총선 출마를 저울질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정당법은 헌법재판소의 결정으로 해산된 정당의 명칭은 다시 사용할 수 없고, 해산된 정당의 강령과 동일하거나 유사한 정당을 창당할 수 없다고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유사 정당의 창당을 제한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는 것이 법조계의 설명이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