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개 시도교육청 편성 상황 확인… 어린이집 예산 확보율 16% 불과
서울 광주 경기 전남, 유치원도 ‘0’
만 3∼5세 어린이의 무상 교육·보육을 위한 내년도 누리과정 예산이 필요 금액의 30%도 확보하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서울 광주 경기 전남 등 4곳에서는 편성됐던 유치원 예산마저 전액 삭감되면서 당장 2주 뒤부터 쓸 누리과정 예산이 전혀 없어 보육대란 우려가 커지고 있다.
17일 본보가 전국 17개 시도교육청의 유치원·어린이집 누리과정 예산 확보 상황을 확인한 결과, 내년 누리과정을 위해 필요한 예산 4조179억 원 중 편성된 예산은 1조1325억 원으로 28.2%에 불과했다. 누리과정 예산 중 어린이집 누리과정 예산 확보율은 필요 금액의 16.6%에 불과해 더욱 심각하다. 내년도 어린이집 누리과정 예산으로 2조1274억 원이 필요하지만 편성된 예산은 3528억 원에 그쳤다.
당초 어린이집 예산은 17곳 중 14개 시도교육청이 “국고로 지원해야 한다”며 편성을 거부했다. 하지만 여당인 새누리당 의원이 다수인 지역에서는 예산 심사 과정에서 유치원 예산을 삭감하는 등의 방식으로 어린이집 예산 일부를 반영했다. 그마저도 보수 성향 교육감이 있는 울산이 9개월 치인 349억 원을 편성해 사정이 가장 나을 뿐 예산을 확보한 지역도 2∼9개월분을 확보하는 데 그쳐 땜질에 불과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단, 경남은 도교육청 예산에 2개월분이 반영됐지만 도청이 자체 예산으로 1년 치를 편성했다.
예산안 처리 법정 시한을 넘기면서 아직 확정되지 않은 지역에서도 누리과정 예산이 추가될 가능성은 낮은 것으로 전망된다. 서울시의회는 당초 16일이었던 본회의가 연기됐는데 앞서 시의회 교육위원회가 누리과정은 국고로 해결해야 한다며 서울시교육청이 편성한 유치원 예산 전액을 삭감했다. 서울시의회는 야당인 새정치민주연합이 다수당이어서 교육위가 삭감한 예산안이 본회의에서도 그대로 통과될 것으로 보인다.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은 최근 기자들과 만나 “유치원 누리과정의 지원 예산 편성을 위해 시의원들을 설득하고 있다”며 “예산 통과가 안 되면 정말 대란이 일어날 수 있다”고 말했다.
▼ 학부모들 “보육대란 눈앞 닥치나” 불안 ▼
정부 “시도교육청이 책임” 입장 고수… 교육감協, 21일 국회 긴급회의 제안
누리과정 소요액이 1조559억 원으로 전국에서 규모가 가장 큰 경기지역도 도의회 교육위가 형평성을 이유로 도교육청이 편성한 유치원 누리과정 예산을 전액 삭감했다. 급기야 강득구 경기도의회 의장은 17일 국회 앞에서 “누리과정은 박근혜 대통령 공약인데 정부가 지원한 예산은 없고 오히려 지방으로 전가해 지방 교육재정이 파산 상태에 이르렀다”며 1인 시위를 벌였다. 충북지역도 도의회가 유치원 예산을 4개월분만 남긴 채 삭감한 상태다.
서울 광주 세종 경기 강원 충북 전북 전남 등 8곳은 당장 2주 뒤 시작되는 어린이집 누리과정 예산을 전혀 확보하지 못했다. 이에 따라 학부모들과 유치원·어린이집 원장들은 당장 눈앞으로 다가온 보육대란 가능성에 불안감을 호소하고 있다. 서울 금천구의 한 사립 유치원에 아이를 보내고 있는 백모 씨(35)는 “당장 다음 달부터 유치원비 지원이 끊길 수 있다는 소식에 불안하다”며 “형편이 넉넉하지 않아 누리과정 지원이 없으면 아이를 유치원에 계속 보낼 수 없을 것 같다”고 말했다. 서울 동대문구의 한 사립 유치원 원장은 “지원이 되지 않으면 상당수 아이들이 떠날 것이고 그러면 유치원 운영도 쉽지 않을 것”이라고 분통을 터뜨렸다.
하지만 정부는 여전히 시도교육청이 누리과정 예산을 책임져야 한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정부는 16일 긴급 차관회의를 열고 “시도교육청이 당연한 의무를 불이행하고 있다”며 예산 편성을 하지 않으면 법적 조치를 취하겠다고 경고했다. 정부는 어린이집 누리과정 관련 비용이 교육청의 의무지출경비로 규정돼 있고, 3000억 원을 시설비 명목으로 지원하는 만큼 시도교육청이 예산 전액을 편성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에 대해 전국시도교육감협의회는 17일 “갈등을 근본적으로 해결하기 위해 21일 여야 대표와 전국시도교육감협의회장, 교육부 장관과 기획재정부 장관 등이 참석해 긴급 회의를 열자”고 제안했다. 이들은 “누리과정 예산 파행은 시도교육청의 의견을 듣지 않고 일방적으로 떠넘긴 중앙정부에 책임이 있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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