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화 국회의장은 18일 “의회민주주의와 삼권분립이 흔들리고 있다”고 말했다. 쟁점 법안의 직권상정을 요구하는 청와대와 여당에 대한 불편한 심경을 내비친 것이다.
정 의장은 이날 이만섭 전 국회의장에 대한 영결사에서 “이 전 의장의 투철한 신념과 원칙으로 어렵게 지켜낸 의회민주주의와 삼권분립이 흔들리고 있는 게 작금의 상황”이라며 이같이 강조했다. 그는 이어 “대화와 타협의 정치, 변칙 없는 정치로 끝까지 의회주의를 지켜낸 이 전 의장의 삶, 그 자체가 이 전 의장이 남긴 유지(遺志)”라며 “후배들이 이 전 의장의 뜻을 이어 흔들리지 않고 정진하겠다”고 다짐했다. 선거구 획정안과 달리 쟁점 법안의 직권상정 요구는 계속 거부하겠다는 뜻을 분명히 한 것이다.
여당 일각에선 정 의장의 직권상정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이어졌다. 친박(친박근혜)계인 김태흠 의원은 한 라디오에 출연해 “의장으로서 폼만 잡는 것이지 국가를 생각하는 건 하나도 없다”며 “안일하게 생각하고 그러면 국회의장이 뭐가 필요하냐”고 비판했다.
하지만 새누리당 지도부는 이날 정 의장을 향한 직권상정에 대한 언급을 자제했다. 야당과의 협상을 강조했다. 여여(與與) 갈등에 대한 부정적 여론을 의식해 전선(戰線)을 정 의장에서 야당으로 이동한 것으로 보인다. 김무성 대표는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삼권분립이 흔들리는, 법에서 벗어나는 일은 할 수 없지 않느냐”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야당을) 만나고 협상하겠다”고 말했다. 선거구 획정에 대해서도 “올해 안에는 직권상정이란 것을 생각해본 적이 없다”고 강조했다.
여야 대표와 원내대표는 17일 밤에 정 의장의 초청으로 의장 공관에서 만나 소주잔을 기울이며 진솔한 대화를 나눴다. 여야 지도부는 20일 오후 3시에 다시 만나 쟁점 법안과 선거구 획정 문제를 논의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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