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선의 새정치민주연합 김동철 의원(광주 광산갑)이 20일 탈당을 선언해 당내 호남지역 의원들이 술렁이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전남의 한 의원은 “유성엽 황주홍 의원의 탈당과 김 의원의 탈당은 차원이 다르다”고 전했다. 유, 황 의원은 독자 행보를 걸으며 탈당이 기정사실화돼 있었지만 김 의원은 호남 비주류 모임의 한 축을 맡아 왔기에 무게감이 다르다는 얘기다.
동아일보는 이날 호남권 새정치연합 의원 24명을 대상으로 긴급 설문조사를 했다. 설문에는 19명이 응했다. 나머지 권은희(광주) 박지원 우윤근(이상 전남) 강동원 김춘진 의원(이상 전북)에게도 수차례 연락을 취했지만 연결이 되지 않았다.
상당수 호남 의원들은 거취 문제에 대해선 말을 아끼면서도 “민심에 따라 결단할 수 있다”며 가능성을 열어놓았다. 호남 민심의 추이와 함께 하위 평가 20% 인선이 호남권 의원들에게 집중될 경우 탈당이 가속화될 거라는 관측이 나온다.
○ 호남 민심의 추이가 결정적 변수
이번 조사에 응답한 19명 중 12명(63%)은 “탈당하지 않겠다”고 답했다. 이날 김동철 의원이 탈당했더라도 후속 탈당이 급격하게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많았다. 김성주 의원은 “지금의 탈당은 명분이 없다”고 선을 그었다. 신정훈 의원도 “안철수 탈당과 신당 창당, 나아가 당이 갈라서는 것에 대해 호남 민심이 매우 비판적”이라고 전했다.
“고민하고 있다”고 응답한 의원은 최고위원직을 사퇴한 주승용 의원을 포함해 5명이었다. 광주 남구의 장병완 의원은 “광주 시민이 원하는 건 내년 총선 승리와 정권 교체”라며 “다른 의원들도 여론 수렴을 한 뒤 각자 판단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개호 의원도 “지역구 분위기나 정치적 상황에 따른 추가 탈당이 틀림없이 나올 것”이라고 예상했다. “탈당하지 않겠다”고 밝힌 최규성 의원도 “‘하위 20%’ 등으로 망신을 주게 되면 당이 깨질 수밖에 없다. ‘나갈 테면 나가라’는 식은 안 된다”고 비판했다.
결국 호남 민심의 변화가 탈당의 주요 변수가 될 것으로 보인다. 김관영 의원은 “지금 호남 민심의 20%는 ‘탈당하라’, 20%는 ‘절대 탈당하면 안 된다’, 60%는 ‘아직은 좀 더 지켜봐라’로 볼 수 있다”고 평가했다. 김승남 의원은 “지금까지 호남 민심이 한쪽으로 기울지 않았다”면서도 “앞으로 일주일 정도 지켜보면 그 방향이 정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안철수 신당에 얼마나 많은 의원이 함께하느냐에 따라 민심도 요동칠 거라는 얘기다.
○ 광주·전남 ‘탈당 고려할 수도’ vs 전북 ‘탈당 안 돼’
새정치연합 호남권 의원들 사이에서도 지역별 온도 차이가 드러났다. 광주·전남 지역과 전북 지역 의원들이 미묘하게 달랐다.
광주·전남 의원 11명 가운데 박혜자 임내현 장병완(이상 광주) 김영록 이윤석 주승용(이상 전남) 등 6명은 “시민들과 당원들의 의견을 듣고 있다” “답변하기 곤란하다”고 말했다. 탈당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은 것으로 해석된다. 강기정(광주) 김성곤 김승남 신정훈 이개호 의원(이상 전남) 등 5명만 “탈당하지 않겠다”고 답했다. 반면 전북의 경우 김관영 의원 1명을 제외한 7명의 응답자 모두 “탈당하지 않겠다”고 했다.
광주·전남은 신당 바람의 진원지인 무소속 천정배 의원의 지역 기반이 강하다. ‘호남 물갈이’ 대상으로 거론되는 다선 의원이 상대적으로 많다. 김윤덕 의원은 “전북은 이미 19대 총선에서 물갈이가 이뤄져 11명 중 7명이 초선”이라며 “전북에서 연쇄 탈당 움직임은 없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전북 의원들이 친노 성향이 많은 것도 탈당에 거리를 둔 유인으로 꼽힌다.
문 대표 체제 유지를 놓고도 광주·전남과 전북 지역 의원들의 반응은 엇갈렸다. 광주의 임내현 의원은 “문 대표가 (호남의 의견을) 수용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장병완 의원도 “호남 시민은 큰 통합을 원하는데 (문 대표가) 작은 단결만 말하고 있어 불만의 목소리가 많다”고 전했다. 반면 친문(친문재인) 진영인 강기정 의원은 “호남 민심은 안철수 신당이 좋다는 게 아니라 무당층의 급증으로 봐야 한다”고 말했다. 전북의 김윤덕 의원은 “안철수 탈당으로 신당을 지지하는 움직임이 있지만 결국 호남 민심은 새정치연합을 선택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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