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일 경제활성화법과 노동개혁법 등 5대 쟁점 법안이 걸린 상임위원회는 끝내 열리지 못했다. 전날 여야 지도부가 “소관 상임위를 즉각 가동하자”고 한 합의가 빛이 바랜 것이다.
다만 야당은 쟁점 법안에 대한 처리 전략을 내부 조율해 ‘되는 것’과 ‘안 되는 것’을 밝히고 22일부터 상임위를 열기로 했다. 논의 자체를 거부하던 야당이 유연성을 보인 셈이다. 꽉 막힌 경제활성화법 처리의 돌파구가 열리는 것 아니냐는 전망이 나온다.
○ 여야, 노동개혁 법안 연계 처리 놓고 이견
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대표는 이날 최고위원, 소관 상임위 간사들을 불러 입법전략회의를 주재했다. 안철수 의원 탈당 이후 입법 논의에 등 돌렸다는 비판이 거세지자 직접 해결사로 나선 것이다. 쟁점 법안 논의는 원내대표 소관 업무다. 하지만 비주류인 이종걸 원내대표가 회의에 불참하면서 문 대표가 회의를 직접 주재했다고 한다.
회의 직후 야당은 경제활성화법인 서비스산업발전법과 기업활력제고특별법(원샷법)의 조율 가능성을 내비쳤다. 서비스법은 법 대상에 의료·보건 분야를 유지하되 계획 수립이나 사업 수행 과정에서 제외하는 안을 내놓았다. 기획재정위 새누리당 간사인 강석훈 의원은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보건·의료 분야 계획을 세우지도 말라는 건 아예 대상에서 빼자는 얘기”라면서도 “야당이 우려하는 의료 공공성 침해 가능성에 대한 보완장치로 조율할 여지는 있다”고 말했다.
‘재벌 특혜’ 논란이 있는 원샷법은 5대 대기업을 제외하거나 구조조정이 시급한 철강, 석유, 조선화학 부문 대기업만 포함하는 방안을 여야가 조율 중이다.
다만 정부 여당은 28일로 잠정 합의된 국회 본회의에서 노동개혁 5대 법안과 연계 처리를 요구하고 있다. 야당이 악법으로 규정한 기간제·파견근로자법의 일괄 처리를 여당이 고수할 경우 경제활성화법까지 연내 처리를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다. 새누리당 조원진 원내수석부대표는 “분리 처리는 안 된다. ‘먹튀’가 생긴다. 선거구 획정하고 나면 누가 협상에 나오겠느냐”고 말했다.
○ 신용등급 상승에 “직권상정 불씨 꺼질라”
여야가 쟁점 법안에 한발씩 내딛기는 했지만 곳곳이 ‘지뢰밭’이다. 법안 심사의 마지막 관문인 법제사법위원회는 이날 야당이 내세운 최저임금법을 놓고 갈등하다 파행됐다. 쟁점이 없는 법안 100여 건을 처리하려던 22일 본회의도 무산됐다.
선거구 획정 협상은 교착 상태다. 새누리당은 새정치연합이 제시한 소수정당 배려 방안(정당득표율 3∼5%인 정당에 비례대표 3석 우선 배정)을 거부했다. 원유철 원내대표는 “특정 정당의 유불리가 뻔히 보이는 선거제도를 받으라는 건 협상을 어렵게 하는 것”이라며 반대했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이날 전체회의를 열어 선거구 획정이 해를 넘겨 선거구가 무효화하는 초유의 사태를 우려했다.
여당은 야당과의 조율이 최종 결렬될 경우 직권상정 카드를 고려 중이다. 한국이 국제 신용평가사인 무디스로부터 사상 최고의 신용등급(Aa2)을 받은 낭보가 정치권에서 곡해될까 수습에 나선 것도 같은 맥락이다.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는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제비 한 마리가 왔다고 봄이 온 것은 아니다”라며 “대내외 경제위기 속에서도 (무디스가) 한국을 높이 평가한 건 노동개혁 등 4대 개혁에 대한 기대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직권상정의 명분을 만들어 놓겠다는 포석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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