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내고 덜 받고 늦게 받는’ 공무원연금 개혁안이 내년 1월부터 시행된다. 정부가 강력하게 추진하고 있는 노동·공공·금융·교육 등 4대 개혁 중 공공부문의 개혁이 본격적인 궤도에 오르기 시작한 것이다. 국민의 눈높이에 다소 못 미친다는 지적도 있지만 재정부담을 줄이고 국민연금과 형평성을 맞추기 위한 첫발을 무난히 뗐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22일 인사혁신처 등에 따르면 지난해 5월 국회를 통과한 공무원연금 개혁법안은 수급구조를 개편해 재정건전성을 높이고 국민연금과의 형평성을 개선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현재 7%인 기여율(매달 내는 보험료율)은 5년간 단계적으로 9%로 인상하고, 지급률(재직연수 1년을 채울 때마다 현 소득 대비 은퇴 후 받는 연금액을 계산한 비율)은 1.9%에서 20년간 단계적으로 1.7%로 낮춘다. 월 300만 원을 받는 공무원이 30년간 근무할 경우 월 납부액은 21만 원에서 27만 원으로 약 28.6% 늘고, 연금수령액은 171만 원에서 153만 원으로 약 10.5% 줄어든다. 현행 60세인 연금 지급 시작 연령은 단계적으로 늦춰져 2033년부터는 65세에 연금을 받을 수 있게 된다.
2009년 연금개혁 때에는 10년 이상 재직자의 연금액을 유지한 데 비해 이번에는 모든 공무원의 연금액을 하향 조정한 것이 가장 큰 차이다. 이미 연금을 받고 있는 수급자도 내년부터 5년간 연금액이 동결된다. 퇴직 후 고액연봉(공무원 평균 소득의 1.6배·월 747만 원 이상)으로 재취업할 경우 재직 기간 동안 연금을 받지 못하게 된다.
국민연금과 형평성도 맞췄다. 연금 수익비(낸 돈 대비 받는 연금 총액의 비율)를 2.08배에서 국민연금(1.5배) 수준인 1.48배로 조정했다. 유족연금 지급률도 70%에서 국민연금과 같은 60%로 낮췄다. 인사혁신처 관계자는 “향후 70년 동안 정부의 적자보전금은 497조 원, 재정부담은 333조 원 절감될 것”이라며 “보전금을 국내총생산(GDP)의 0.45% 이내로 통제해 장기 지속가능한 기반을 마련했다”라고 설명했다.
일각에서는 개혁의 수준이 다소 미진하다는 평가도 있다. 공무원연금과 국민연금을 통합하는 ‘구조개혁’ 수준까지 나가지 못했다는 것이다. 6년 후면 보전금이 현재 수준(2조9000억 원)으로 늘고 지급률은 20년에 걸쳐 천천히 인하되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인사혁신처 관계자는 “이번 개혁안 자체는 2080년까지 흑자가 유지되는 구조”라며 “1980년대 이후 공무원의 정원 증가에 따른 퇴직자 급증 및 고령화로 당분간은 보전금 증가가 불가피하다”라고 설명했다. 지급률을 20년간 낮추는 부분과 관련해 속도가 너무 느리다는 지적에 대해서도 “첫 10년에 전체 인하분의 80%가 집중돼 지급률 인하기간을 10년으로 줄일 때와 재정부담이 비슷한 대신 이해관계자의 합의를 빨리 도출할 수 있었다”라고 덧붙였다.
김연명 중앙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부정부패의 유혹을 차단하는 공무원연금의 기능을 훼손하지 않으면서도 재정절감을 이뤄낸 안으로 평가할 수 있다”라면서 “운용해 나가면서 사회적으로 용인될 수 있는 수준인지 검토해 필요하면 재조정하면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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