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비판했던 한국계 캐나다 목사 北서 종신형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12월 24일 03시 00분


北, 2년전 유튜브까지 뒤져

북한이 10개월째 억류 중인 한국계 캐나다인 임현수 목사(사진)에게 이달 중순 무기형을 선고한 이유가 해외 선교 집회에서 김정은 체제를 비난했기 때문으로 밝혀졌다. 유튜브, 페이스북 등 뉴미디어가 넘쳐나는 현대 사회에서 외국인이 북한을 방문할 때 감당해야 할 위험 부담이 과거보다 비교하기 어려울 정도로 커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소셜미디어에 올린 글로 북한에서 봉변을 당할 수 있음을 보여준 것이다.

북한의 대외용 선전매체인 ‘우리민족끼리’는 18일 ‘조선 특대형 국가전복음모행위를 감행한 재캐나다 목사 임현수를 재판, 무기노동교화형 언도(선고)’라는 제목으로 4분 19초 분량의 동영상을 공개했다. 북한 최고재판소 재판장은 임 목사가 과거 해외에서 발언한 내용을 핵심 증거로 채택해 최고 존엄을 훼손하고 국가를 전복하려던 음모에 해당된다며 종신형을 선고했다.

문제가 된 발언은 임 목사가 2013년 10월 세계선교동역네트워크(KIMNET)의 미주 기도성회에서 한 ‘북한 선교강의’ 중에 나오는 내용이다. 당시 행사 주최 측은 강의 내용을 곧바로 유튜브에 올렸다.

임 목사는 “정권을 잡고 있는 극소수의 사람. 그건 아주 악입니다. 악 자체예요. 텔레비전에서 보여주는 평양의 쇼 하는 모습은 10%도 안 되는 모습을 겉으로만 보시는 거고, 아주 공포정치가 돼 가지고 점점 더 심해집니다”라고 말했다. 또 “빨리 망할 가능성이 굉장히 많아요. 북한이 3년 안에 무력통일 하겠다고 김정은이가 떠든 얘기는 3년 안에 내가 망할 거라는 얘기를 거꾸로 한 것으로 들으시면 됩니다”고 말했다.

임 목사에 대한 북한의 판결은 심각한 국제법 위반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국제법 전문가인 원재천 한동대 법률대학원 교수는 “해외에서 한 발언은 북한에 관할권이 없으며 발언만 갖고 국가전복죄를 적용할 순 없다”고 말했다. 그는 “북한은 체포와 재판, 변호인 및 영사 접근권 보장 등 모든 재판 과정에서 국제법을 심각하게 위반했다”고 덧붙였다.

북한이 방북 인사의 해외 발언을 문제 삼아 억류하고 재판까지 한 사례는 처음 있는 일이다. 북한 당국이 해외 인터넷 사이트까지 샅샅이 뒤져 방북 인사의 과거 행적을 조사한다는 사실이 드러남에 따라 앞으로 북한을 방문할 때는 미리 인터넷으로 문제가 될 것이 있는지 검색해 봐야 하는 상황이 됐다. 앞으로 금강산 관광이 재개될 경우 북한이 한국의 소셜미디어를 검색해 최고 존엄을 모독했다고 트집을 잡고 관광객을 억류하고 처벌 대상으로 삼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주성하 기자 zsh75@donga.com
#김정은#목사#종신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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