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일 위안부협상 타결]
‘국제사회서 상호비방 자제’ 합의 영향은
국제 이슈화 노력 물거품 우려… 美 한인단체 “이해 못할 합의”
한일 양국이 일본군 위안부 문제와 관련해 “유엔 등 국제사회에서 상호 비난 및 비방을 자제한다”고 합의한 것에 대해 이 문제의 이슈화에 앞장서 온 미국 내 한인단체들은 “이해하기 어렵다”는 반응을 보였다. 한 관계자는 “일본 측에 말려든 것 아니냐”고 우려했다. 왜냐하면 위안부 이슈는 가해자와 피해자의 문제이고, ‘잘못된 역사를 반복해선 안 된다’는 기억과 교육의 문제인데 ‘상호 비난과 비방 자제’라는 표현은 사안의 본질과 크게 동떨어져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가주(캘리포니아)한미포럼의 김현정 사무국장은 28일 전화 통화에서 “한인단체들의 활동은 ‘역사 교육을 철저히 하자’는 것이었지, 일본에 대한 비방에 초점을 맞춘 적이 없다”며 “일본 정부가 비판받아 온 이유는 역사적 사실을 인정하지 않고 왜곡과 변명으로 일관해왔기 때문 아니냐”고 말했다. 이어 “(한일 양국의 합의에 상관없이) 미국 시민사회에서 이 문제를 보편적 여성 인권 이슈로 다루고, 미래 세대에게 교육하는 노력은 계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양국의 이번 합의가 유엔에서 ‘위안부 문제를 전쟁 시 여성 성폭력 이슈의 대표적 사례’로 다뤄왔던 한국 정부와 시민단체의 노력에는 찬물을 끼얹을 가능성이 적지 않다고 유엔 소식통들은 전했다. 9월 국회 외교통일위원회(위원장 나경원)의 유엔대표부 국정감사에서도 여야 의원들은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들의 그림 전시회를 유엔 안에서 개최하고, 이 문제를 유엔 여성지위위원회에 상정하라”고 강력히 촉구했고 오준 주유엔 대사는 “최대한 노력하겠다”고 답변했다. 한일 양국이 ‘유엔에서의 상호 비방 자제’를 합의한 만큼 이런 논의도 유명무실화될 가능성이 커진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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