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신함에 대한 나의 정의는 처음엔 어색한데 왠지 좋아지기 시작하는 것이다. 신영복의 책 ‘더불어 숲’이 1998년 처음 나왔을 때 제목이 참신하다고 생각했다. 부사형 동사 ‘더불어’와 명사 ‘숲’을 병치시킨 것이 문법적으로 말은 안 되지만 그래서 더 절묘한 긴장감을 불러일으켰다. 안철수 탈당 이후의 새정치민주연합이 새 당명을 ‘더불어민주당’으로 정했다. ‘더불어 숲’의 모방 같은 느낌은 들지만 그런 이름을 당명에 쓴다는 건 역시 과감한 시도다.
▷손혜원 당 홍보위원장은 다른 후보 당명인 ‘민주소나무당’에 전율을 느꼈다고 했다. 홍보 전문가의 감각과 정치인의 감각이 달랐다. 내가 보기에는 둘 다 불필요하게 감상적인 이름이다. 그저 민주당이라고 하면 좋을 텐데 그 이름의 다른 정당이 이미 있어 할 수 없었나 보다. 다만 약칭 ‘더민주당’은 소셜미디어에서처럼 무조건 줄여 쓰는 방식도 문제지만 ‘더 민주적인 당’으로 이해되기보다는 ‘더(the) 민주당’ 같은 느낌을 줘 경박하다. 우리 집 근처에는 ‘더빠’도 있고 ‘더노래방’도 있다.
▷움베르토 에코는 책 제목을 ‘수도원의 살인’으로 달려다가 ‘장미의 이름’으로 바꿨다. 왜 그런 제목이 붙었는지 책을 읽어봐도 알쏭달쏭하다. 에코는 책 말미에 라틴어로 된 시구를 단서로 남겼다. ‘지난날의 장미는 그 이름뿐, 우리에게 남은 것은 그 덧없는 이름뿐.’ 역시 알쏭달쏭하지만 한국 제1야당이 남긴 덧없는 이름들이 떠오른다. 신민당-신한민주당-통일민주당-평화민주당-민주당-새정치국민회의-새천년민주당-민주통합당-민주당-새정치민주연합.
▷공자는 정명순행(正名順行), 이름을 바로 해야 만사가 잘된다고 했다. 쉽게 정명이라고 하지만 무슨 말인지는 깊이 생각해봐야 한다. 올해 미얀마에서 선거혁명을 일으킨 아웅산 수지 여사는 셰익스피어를 인용해 ‘장미는 무엇으로 불려도 여전히 향기로울 것’이라고 했다. 이 말을 뒤집어서 개명을 쇄신으로 여기는 이들에게 이런 경계의 말을 들려주고 싶다. ‘장미도 아닌데 장미라는 이름을 붙인다고 향기로운 것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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