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 외교차관 피해할머니 찾아 설명
日, 총리 사죄편지-피해자 방문 없이
언론-우익 왜곡 주장… 진정성 의문
‘선 합의, 후 설득’ 방식으로 봉합한 한일 외교부 장관의 위안부 문제 합의가 29일 여론의 시험대에 올랐다. 위안부 피해자들은 사전 설명 없이 일본과 합의한 정부를 성토했고, 일본은 국내용 언론 플레이에 나섰다.
외교부 임성남 1차관, 조태열 2차관은 이날 위안부 피해자 생활시설을 찾아 전날 합의한 내용과 후속 조치를 설명했다. 하지만 이용수 할머니(87)는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 쉼터(서울 마포구)를 찾아온 임 차관에게 “왜 우리를 두 번 죽이려고 하느냐”라고 항의했다. 김복동 할머니(89)도 “협상 전에 한마디 상의도 없이 정부끼리 뚝딱뚝딱 해 놓고 타결됐다고 하면 되느냐”라며 몰아세웠다.
주한 일본대사관 앞 소녀상 문제가 거론된 것에 대해 김 할머니는 “국민이 모금해 세운 소녀상이다. 한국, 일본 정부가 치워라 마라 할 권한이 없다”고 말했다.
청와대는 박근혜 대통령이 적절한 시점에 피해자 할머니들에게 직접 양해를 구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의 사죄 편지나 벳쇼 고로(別所浩郞) 주한 일본대사의 피해자 방문 등 일본의 후속 조치는 나오지 않고 있다. 반면 일본 언론에선 외교장관 발표에도 없는 ‘한국, 위안부 기록물의 세계유산 등재 보류 합의’라는 보도가 나오는 등 여론전이 시작됐다. 극우파인 하시모토 도루(橋下徹) 전 오사카 시장은 트위터에 “군(軍)의 관여를 사죄한다면, 세계 각국도 사죄해야 한다”고 물타기를 하고 산케이신문은 “고노 담화가 파탄 나 ‘군의 관여’로 표현할 근거가 없다”고 주장했다. 우익단체는 총리 관저, 외무성, 언론사 앞에서 “모욕적 합의를 번복하라”는 시위를 시작했고 ‘매국노’ ‘할복하라’는 주장까지 나왔다.
청와대 고위 당국자는 “어제(28일) 합의로 끝난 게 아니다. 일본이 얼마나 진정성 있게 이행하느냐에 따라 최종적 해결의 판단 여부가 달려 있다”고 말했다. 한국 정부가 일본의 추가 행동을 이끌어 내야 하는 숙제를 안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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