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칙 있는 승리가 가장 좋다. 그 다음이 원칙을 지킨 패배다. 가장 나쁜 게 원칙도 지키지 못하고 패배하는 것이다.”
노무현 전 대통령이 생전에 즐겨 하던 말이다. 요즘 더불어민주당(옛 새정치민주연합) 친노 진영에선 문재인 대표의 행보를 놓고 노 전 대통령의 지론을 떠올리는 이들이 적지 않다.
문 대표는 23일 국회 최고위원회의에서 “혁신의 원칙을 끝까지 지키겠다”고 강조했다. 이튿날엔 페이스북에 “우리가 설령 작아지는 한이 있어도 더 단단해져야 하고 더 결속해야 한다”고 적었다. 비주류의 연쇄 탈당으로 인한 분당, 나아가 총선 패배를 감수하고라도 원칙을 지키겠다는 의지를 갖고 있다는 것이다.
문 대표 측은 나아가 작금의 상황을 ‘원칙을 지킨 패배’를 넘어 ‘원칙 있는 승리’로 가기 위한 고난으로 여기는 분위기다. 노 전 대통령이 지역분열 극복이라는 자신의 ‘원칙’을 지키기 위해 기득권을 버리고 민주당의 불모지인 부산으로 향했던 것처럼 더민주당도 ‘원칙 있는 승리’를 위해 기득권을 내려놓는 고통스러운 과정을 지나고 있다는 주장이다.
비주류 측은 문 대표가 노 전 대통령의 한쪽 프레임에만 사로잡혀 핵심을 놓치고 있다고 지적했다. 한 당내 인사는 “노 전 대통령의 말은 ‘원칙을 지키기 위해서라면 패배해도 좋다’는 뜻이 아니다”라며 “노 전 대통령도 대선 승리를 위해 보수진영의 정몽준 후보와 단일화를 하지 않았느냐”고 반문했다.
문 대표에게 ‘승부사 노무현’을 배워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비주류 측 관계자는 “노 전 대통령은 자신의 기득권을 던지는 방법으로 원칙을 지키고 싸움도 이겼다”고 했다. 2002년 대선 당시 정몽준 후보와 결과가 불투명했던 여론조사 방식의 단일화에 전격 합의해 결과적으로 대선에서 승리한 게 대표적인 예라는 것이다.
한 비주류 의원은 “문 대표가 국면을 바꾸는 승부사적 모습이 필요하다”며 “그게 원칙을 지키고 승리하는 길”이라고 말했다. ‘당 대표’라는 기득권을 과감히 던져야 한다는 얘기였다.
문 대표가 상황을 되돌리기엔 이미 늦었다는 지적도 나온다. ‘안철수 신당’과의 ‘정면승부’의 길만 남았다는 것이다. 문 대표 측은 “과거 당 대표와 최고위원들이 휘두르던 공천권을 이미 혁신 당헌·당규에 따라 시스템화하기로 했다”며 “대표의 기득권은 이미 내려놓았고, 혁신을 통해 당을 쇄신해 총선에서 국민의 평가를 받는다는 방침은 명확하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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