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하반기부터 예산편성 책임을 두고 교육부와 전국 시도교육청의 갈등으로 불거진 누리과정 문제가 결국 지난해에도 해결되지 못하고 해를 넘겼다. 당장 일부 지역에서는 어린이집뿐만 아니라 유치원 누리과정마저 예산이 없어 보육대란을 피할 수 없게 됐다.
담당 기자로서 이 문제로 교육부와 교육청 재정 담당자에게 전화를 할 때마다 많이 답답했다. 지난해 교육부가 바꾼 법령에 따르면 누리과정 예산편성 책임은 교육감에게 있다. 하지만 정해진 예산을 바라보는 교육부와 교육청의 시각은 완전히 달랐다.
같은 금액의 예산을 두고 교육부는 “충분히 누리과정을 편성할 수 있는데 교육감들이 안 한다”고 불평했다. 그러나 교육청은 “지금 지출도 줄이는 판국인데 수천억 원이 드는 누리과정을 추가 예산도 없이 어떻게 소화하느냐”고 하소연했다.
교육감들은 누리과정 예산편성을 거부하는 이유 중 하나로 현재 교육청들이 지고 있는 빚(지방채) 부담을 든다. 전국시도교육감협의회 자료에 따르면 전국 교육청 빚은 약 20조 원. 이를 두고도 교육부와 교육청은 서로 다른 이야기를 한다.
교육부는 “교육청의 지방채는 빚이 아니라 자산 성격을 가진다”며 “발행한도를 교육부가 정해주고 그만큼만 발행하고 관리하는데 무슨 문제냐”고 주장했다.
반면 서울시교육청은 “발행한도는 교육부가 정하지만, 얼마나 언제 어떻게 갚느냐는 결국 교육청이 감당해야 한다”며 “빚 갚는 데 쓰는 돈이 늘어나면 교실 냉난방에 쓸 돈은 줄어들 수밖에 없다”고 맞섰다.
기자가 보기에 법과 제도적인 측면에서는 교육부의 주장에 일리가 있지만, 실제 돈이 들어가고 나가는 것을 살펴보면 교육청 하소연에 고개가 좀 더 끄덕여진다. 게다가 원래 어린이집은 보육의 영역이고 보건복지부 소관인데, 교육부가 이를 덜컥 떠넘긴 측면도 없지 않다. 문제는 예산을 갖고 이러쿵저러쿵하는데 국민은 어느 쪽 설명이 맞는지 영 판단하기가 어렵다는 것이다.
이쯤 되면 황우여 교육부 장관과 전국 시도교육감들이 끝장 TV토론이라도 벌여야 하는 것 아닐까. 누리과정이 기약 없는 법정다툼으로 번지는 순간, 어린 자녀를 둔 부모들의 등골은 휘고 지갑은 가벼워질 것이다.
지금이라도 교육부는 청와대와 국회로 달려가 추가 예산 대책을 요구하고, 교육감들은 일단 상반기 누리과정 예산이라도 편성하고 모자란 예산은 추후 교육부와 대책을 고민해야 한다. 대승적 양보와 타협이 해법이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