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연금공단 신임 이사장에 메르스(MERS·중동호흡기증후군) 사태로 물러난 문형표 전 보건복지부 장관(사진)이 지난해 12월 31일 임명됐다.
최광 전 이사장이 국민연금 기금운용 방식을 두고 복지부와 갈등을 빚고 사퇴한 지 2개월 만이다. 평소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의 분리·독립을 주장했던 문 이사장이 취임하면서 기금공사화가 급물살을 탈 것으로 전망된다.
문 이사장은 이날 전북 전주시 국민연금공단 본부에서 열린 취임식에서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의 지배구조 개편을 추진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문 이사장은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의 조직 역량을 강화하고 기금운용의 전문성, 중립성, 투명성을 제고해야 한다”라며 “우리가 거인이 된 기금(약 500조 원)에 걸맞은 옷을 입고 있는지, 아직도 어린아이의 옷을 입고 있는 건 아닌지 되짚어 봐야 할 것이다”라고 말했다.
이와 함께 야당과 시민사회의 소득대체율(재직 시 소득 대비 퇴직 후 연금 비율) 상향 조정 주장을 인식한 듯 “22세기까지 내다보면서 국민연금 제도를 운영해야 한다”라고 말하기도 했다. 섣불리 연금액을 올릴 경우 기금 고갈 시점이 빨라질 수 있다는 점을 우회적으로 강조한 것이다.
하지만 문 신임 이사장의 취임 과정은 순탄치 않았다. 메르스 사태의 책임을 지고 보건복지부 장관에서 경질된 지 4개월 만에 산하 단체 이사장에 복귀하는 것이 부적절하다는 지적이 도처에서 제기됐기 때문. 특히 메르스 방역 현장을 책임졌던 공무원 10여 명은 감사원 감사에 따른 중징계를 앞두고 있는 상황에서 수장만 복귀한다는 비판이 나왔다.
국민연금공단 이사장 인선이 마무리됨에 따라 보건복지부는 후임 기금운용본부장 인선에 착수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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