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당 공천룰 논란의 핵심은 정치신인과 여성 장애인에게 가산점을 주자는 것이다. 상향식 공천의 취지는 당원이나 국민의 뜻에 따라 후보를 결정한다는 의미다. 가산점 때문에 경선 결과가 뒤바뀌면 당원과 국민의 뜻을 왜곡하게 되는 논리적 모순이 생긴다. 그럼에도 정치신인이나 장애인에 대한 가산점은 현역에게 절대적으로 유리한 현 공천제도나 소수자에 대한 배려 차원으로 이해할 수 있다.
▷문제는 여성이다. 비례대표 출신 전·현직 여성 의원에게 10%의 가산점을 주는 방안이 유력하게 검토되고 있다. 여성 비례의원은 이미 특혜를 받은 이들이다. 이들이 출마할 때 또 가산점을 주는 것은 특혜를 몰아주는 꼴이 된다. 여성 정치신인도 마찬가지다. 청와대 대변인을 지낸 김행 한국양성평등교육진흥원장은 엄청난 지명도에도 불구하고 출마 경력이 없다는 이유로 정치신인에다 여성 점수까지 챙겨 사실상 공천을 확정짓게 된다.
▷더 기막힌 일은 현역 여성 의원들까지 가산점을 요구한다는 것이다. 최고위원인 김을동 의원은 “(비례의원뿐 아니라) 전·현직 의원도 여성 가산점 10%를 받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주장이 관철되면 김을동뿐만 아니라 3선의 나경원, 대변인을 지낸 정미경 권은희, 여성가족부 장관인 김희정 의원도 가산점을 챙긴다. 지난해 12월 29일엔 여성 비례의원들 사이에서 “장관이 선거에 나간 적이 없으면 정치신인이라는데 우리도 지역구에 출마한 적이 없으니 정치신인”이라는 해괴한 주장이 나왔다. 권력욕 앞에서 체면을 안 따지는 데는 남녀가 없다는 생각이 든다.
▷여성 가산점과 관련해서는 요즘 바람 잘 날 없는 더불어민주당이 훨씬 낫다. 더민주는 여성 현역 의원에게 가산점을 주지 않는다. 더민주의 전신인 민주통합당 전현희 의원은 2012년 “여성 가산점 15%를 포기하겠다”며 정동영 후보와의 정정당당한 승부를 선언해 신선한 자극을 주었다. 말로만 혁신을 외치며 필요할 때는 ‘여성 배려’에 숨는 새누리당 여성 의원들은 스스로가 공고한 기득권 집단이 되어 있음을 깨달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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