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사진)이 1일 한일 위안부 협상 결과에 대해 “박근혜 대통령이 비전을 갖고 올바른 용단을 내린 데 대해 역사가 높게 평가할 것”이라고 말했다. 위안부 협상 결과에 대한 찬반이 첨예하게 엇갈리는 상황에서 차기 대선 주자 지지율 1위를 기록 중인 반 총장이 박 대통령에게 확실히 힘을 실어준 셈이다.
반 총장은 이날 오후 박 대통령과의 신년 인사 통화에서 “한일 양국이 24년간 어려운 현안이었던 위안부 문제에 대해 합의에 이른 것을 축하한다”며 “한일 국교 정상화 50주년의 해가 가기 전에 협상이 타결된 것을 매우 다행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올해 박 대통령의 리더십 아래 조국 대한민국이 더욱 크게 발전해 나가기를 기원한다”고 덕담을 건넸다.
이에 박 대통령은 “반 총장이 지난해 ‘2030 지속가능 개발의제’ 채택 및 기후변화 협상 타결 등 큰 업적을 남긴 것을 축하한다”며 “세계 평화와 지속 가능한 개발 및 인권 증진 등을 위한 반 총장의 역할이 기대된다”고 화답했다.
반 총장의 발언은 유엔 수장으로서의 외교적 발언으로 볼 여지도 있지만 국내 정치 상황과 맞물려 다양한 해석을 낳고 있다. ‘뜨거운 감자’인 위안부 문제에 대해 반대 측의 공세 우려에도 불구하고 분명한 태도를 밝힌 건 추후 대선 행보와 관련된 포석으로도 볼 여지가 있다는 것이다.
실제 친박(친박근혜)계 일각에선 올해 말 임기가 끝나는 반 총장을 내년 대선의 유력 주자로 꼽고 있다. 각종 여론조사에서 2위와 현격한 차이가 나는 1위를 기록하고 있는 데다 이원집정부제 개헌이 이뤄질 경우 최적의 대선 후보가 될 것이라는 게 친박계의 시각이다. 친박계 중진 홍문종 의원은 지난해 11월 한 라디오방송에서 ‘반기문 대통령-친박 총리’론에 대해 “가능성 있는 이야기”라고 속내를 내비치기도 했다.
이런 상황에서 반 총장이 위안부 협상을 박 대통령의 ‘용단’으로 평가한 것은 친박계의 코드와 맞다는 평가가 나온다. 반 총장은 지난해 12월 뉴욕 특파원들과의 만찬 자리에서 ‘대선 출마 입장을 명확히 해 달라’는 취지의 질문에 끝내 대답하지 않았다. 지난해 9월 박 대통령이 미국을 방문했을 때에는 두 사람이 7차례나 만나 ‘반기문 대망론’이 조명을 받기도 했다. 반 총장의 방북설이 계속 나오는 것을 대선 관련 행보로 연관지어 보는 시각도 있다.
앞서 박 대통령은 이날 오전 황교안 국무총리, 이병기 대통령비서실장 등 내각 및 청와대 참모진과 조찬을 함께 하면서 “위안부 문제도 24년 만에 타결됐고 여러 나라와 자유무역협정(FTA)도 맺어서 경제 영토도 크게 확장됐다”며 “이런 외교적 성과들이 경제 활성화로 이어지고 국민들이 더욱 큰 혜택을 누리게 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또 “역사는 우리와 멀리 떨어진 이야기로 생각하기 쉽지만 지금 이 시간도 지나고 나면 역사가 된다”며 “우리의 사명이나 해야 할 일을 위해 아쉬움이 없을 정도로 뛰고 또 뛰었다고 돌아볼 수 있도록 열심히 뛰자”고 당부했다. 집권 4년 차를 맞아 국정운영 동력이 떨어지는 것을 막고 노동개혁 등 현안을 조속히 매듭짓겠다는 의지가 담긴 것으로 보인다.
박 대통령은 올해 첫 일정으로 이날 서울 동작구 국립서울현충원을 참배했다. 박 대통령은 방명록에 ‘한반도 평화통일을 이루어 세계 평화에 기여하는 2016년이 되기를 기원합니다’라고 적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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